'지슬' 제주 첫 시사회 개최
'4·3문화로 승화' 긍정적 평가

▲ 영화 ‘지슬’중 한 장면.
폐허로 변한 집, 자욱한 연기 속에 제기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다. 방 안에는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한 여자의 시체가 아무렇게나 방치돼 있고, 그 옆에는 군인 두 명이 과일을 깎아먹는다. 영화가 시작된 지 1분 남짓, 간결하지만 제주 4·3은 아픔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신위'(영혼을 불러 앉히기 위해 위패를 모심), '신묘'(영혼을 모시는 굿), '음복'(제사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 '소지'(지방지를 태우는 것) 네 가지 테마로 전개된 영화는 카메라로 담을 수 있는 영역 안에서 '제사'라는 의미를 빌어 영령들을 위로하고 있었다.

제주4·3영화 '지슬'이 21일 오후 7시 제주영화문화예술센터에서 후원인을 위한 특별시사회를 통해 도내 첫 공개됐다. '도민과 함께 만든 4·3영화'라는 수식어를 실감하며 객석이 꽉 찼다.

영화는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 큰넓궤 동굴로 피신했던 마을 주민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당시 엄습했을 공포와 불안감 등은 실제처럼 담아냈다. 하지만 중간 중간 웃음을 유도하는 해학적 요소들로 관객들의 마음을 달래며, 당시 사회 분위기와 생활상까지도 전했다.

관객들은 '감동'이란 말을 선뜻 꺼내놓지는 못하지만 영화를 통해 변화를 실감했다.

참석자들은 "마음 아프게만 바라봤던 역사를 영화 속 요소들로 웃음 한 번 지어보일 수 있었다"며 "4·3의 비극을 넘어 문화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노근리 사건은 미군이 잘못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했지만 4·3에 대해서는 어떠한 입장도 밝히고 있지 않고 있다"며 "이 상황에 '지슬' 개봉을 계기로 진상규명 움직임이 확대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오 멸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영령에 제사를 지내는 마음이었다"며 "영화 한 편으로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다. 못 만든 영화도 나와야 잘 만든 영화도 나올 수 있다"고 지속적인 도민 관심을 당부했다.

한편 '지슬'이 내년 미국에 상영될 전망이다. 다음주 중으로 정확한 내용이 발표될 예정으로 지역 영화의 국제화 무대 진출에 기대감이 커진다. 고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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