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원 제주도 응급의료정보센터장·한라병원 응급진료처장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다.

쌀쌀한 초겨울 무렵, 흥분한 장년 남성이 갑자기 쓰러지고 병원에 입원하거나 임종을 맞는 장면을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시청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주 등장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고혈압이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분야의 전문가집단이 있다. 전문가집단의 생각과 비 전문가집단의 생각에 차이가 있다면 우리는 전문가의 의견을 더 경청하게 될 것이다.

특히 그 내용이 의료, 그중에서도 한국인의 100명 중 24명을 숨지게 하는 순환기계질환(뇌졸중·심근경색 등)의 원인과 관련이 깊다면 말이다.

필자가 고혈압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설명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질문을 듣는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그 질문이 그들의 공통된 생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오늘은 고혈압에 대해 의사들과 일반인들이 다르게 생각하는 몇 가지 항목을 정리하고자 한다.

우선 고혈압은 다른 사람의 질환 중에 한 가지 정도로 생각한다. 고혈압이 아주 흔한 질환이란 점을 설명해주면 열에 아홉은 반신반의한다. 한국남성 3명 중 1명, 여성 4명 중 1명이 앓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음은 본인이 고혈압 환자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아는 사람보다 오히려 많다는 점이다.

또 고혈압으로 진단받고도 치료하지 않고 있는 환자가 치료 받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고혈압은 평소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않는 경우도 흔하고 그자체가 생명을 앗아가지 않는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진단받고도 별 치료 없이 지내는 것 같다.

합병증에 대해 모르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도 한다.

"고혈압을 방치하면 뇌졸중·관상동맥질환(심근경색·협심증)·신장기능 이상 등 혹독한 대가가 기다립니다" "같은 연령에서 최저혈압이 10mmHg 높아질 때마다 평균수명은 5년씩 단축됩니다"고 경고해도 반응은 덤덤하다.

마지막으로 고혈압은 성인병이라는 믿음이다. 그것도 뚱뚱한 중·장년 남성의 전유물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성에게도 청소년에게도 흔하게 발생하며 심지어 어린이에게도 발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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