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주파(派)’] 22.귀농 부부 김성민·이승연

농촌의 콘텐츠 이용 '문화'로 풍요로운 삶 추구
감귤 밭 '문화사랑방'으로 조성…'예술농가' 꿈
 
8년 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젊은 부부가 기반마련 없이 내려온 땅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놓지 않은 것은 '꿈'이었다. '지구를 살리고 밥상을 살리고 가족을 살리는 것은 바로 농업'이라는 믿음이 꿈을 지켜낼 수 있었던 이유다. 그리고 꼬박 8년이란 세월이 흘러 이들이 그토록 원하던 농약과 비료를 전혀 쓰지 않은 '무투입 감귤' 재배에 성공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로 이들에겐 '성공한 귀농부부'라는 말이 제법 어울린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무엇보다 어떤 특별함으로 눈길을 끈다. 바로 '농업'을 예술·문화·관광·교육과 융합, 6차 산업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농업에 문화예술 입히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는 맑은물 귤농장의 주인 김성민(41)·이승연(38)씨 부부의 말에 자연스레 귀 기울여진다.

▲ 맑은물 귤농장 김성민·이승연씨 부부
△농업은 '6차산업'

지난 2004년 남편 김성민씨의 느닷없는 귀농선언에 아내 이승연씨는 유배를 떠나오듯 제주 섬에 정착했다. 삶의 터를 마련한 것은 제주시내로, 이씨가 한경면 청수리에 있는 감귤농장에 2년 간 찾은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귀농이 그토록 싫은 탓이다. 그러다 문득 남편이 짓는 감귤 농사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졌고 한두 번 따라나섰던 길이 지금에 이르게 됐다.

무농약 인증·유기농 인증에 이어 '무투입 감귤'재배 성공은 물론, 유기농 재배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로 대통령 표창까지 수상했다. 초짜 농부들의 '유기농'에 대한 애착이 이뤄낸 성과물이다.

누가 봐도 귀농으로 어느 정도 성공했다라고 보는 지금, 이들 부부의 관심은 새로운 분야로 옮겨졌다.

바로 농업에 문화예술을 입히는 작업이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제주 삶에 최종 목표일지 모른다.

이 씨는 "융합의 시대, 농업 분야에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농업에 문화·예술·교육·관광이 더해진다면 1차산업에서 6차산업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에서의 생활에 모든 것이 새롭기만 했다. 감귤밭에 자라나는 '검질(잡초)'만 봐도 신기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제주 사람들에겐 익숙하지만 타 지역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농촌의 '무엇'들에 스토리텔링 작업을 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승연씨는 제주에서 문화적 재료를 찾기 위해 도내 문화예술인들과 만남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감귤농장은   '농촌 마실'

부부의 감귤농장 옆에 새롭게 조성되는 공간이 하나 있다. 농업에 문화예술을 입히는 작업의 처음으로, '유배문화 체험관'이다.

평소 유배문화에 관심이 많던 이 씨가 책에서 우연히 추사 김정희가 유배시절 제주의 감귤을 언급했다는 부분을 놓치지 않고 농촌의 문화아이템으로 끌어들였다.

그 시절 재배됐던 감자·지각 등을 복원하고, 이를 로컬푸드로 연계 지역주민은 물론 관광객들이 맛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공간은 농촌의 구전자원 기록화 작업실로도 쓰일 예정이다.

이들 부부는 지역 노인들이 모여 풀어놓는 이야기들을 농촌의 축제·상품·스토리텔링으로 연결시킨다는 취지 아래, '할머니들의 토크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무심코 던진 한 마디도 타 지역인들에게 '특별함'이 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제주 농촌의 진정한 속살을 맛보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이 씨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문화서포터즈 활동 등을 통해 제주 이야기들을 더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며 "농업에 문화를 입히는 작업은 향후 농촌문화 교육, 관광 사업으로도 연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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