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논설위원

   
 
     
 
외국 기업을 대상으로 자가전속보험회사를 제주에 유치하자는 논의가 있다. 제주도정도 이에 관심을 갖고 이 제도의 도입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자가전속보험이란 '캡티브 인슈어런스'(capitve insurance)를 번역한 용어인데, 캡티브란 '포로(로 잡힌)' 또는 '전속의'란 뜻을 갖고 있는 말이다.

즉 자가전속보험이란 기업이나 단체가 영업을 하면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 자기 스스로 그 위험을 보유하는 형태의 보험을 말한다. 보통은 자가전속보험사를 자회사로 설립해 그러한 위험을 보유하게 된다. 해당 기업 자체는 물론 그 계열회사의 위험도 보유하는 경우도 있다.

자가전속보험사는 주로 명목회사 형태로 둬 최소한의 인력만 보유하며 유지비용도 적게 든다. 일반보험사를 이용하는 경우보다 저렴한 보험료를 납부해 비용 절감의 효과가 있게 된다.

자회사인 자가전속보험사의 투자 소득이나 영업 이익은 모회사에게 이전돼 수익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일반보험사를 이용하는 경우보다 훨씬 유리한 점이 있다. 특히 보험료율 계산이나 투자 결정 때 자신이 보유하는 위험을 감안해 결정하므로 자기주도적인 위험 관리가 된다는 면에서도 일반보험을 이용하는 경우보다 유리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장점 때문에 세계적으로 자가전속보험회사가 많이 이용되고 있다. 1980년 1000여개에 불과했던 전속보험회사는 2010년 5600개 이상으로 늘어나는 등 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추세이다.

연간 보험료 총액도 300억 달러를 상회하고 운용 자산 규모도 1300억 달러를 초과하는 등 세계 손해 보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에 달하고 있다. 전속보험회사의 주요 중심지는 미국·유럽·중남미 카리브해 지역의 역외금융중심지, 아시아 지역의 싱가포르와 홍콩 및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이다.

제주도가 자가전속보험 제도를 도입하면 외국 기업이 도내에 전속보험사를 자회사로 설립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제주도는 그 전속보험사로부터 면허 수수료나 연간 수수료 등의 수입뿐만 아니라 법인세 및 소득세 등 세수 확보를 할 수 있어 재정 수입 증대에 도움이 된다.

또 매년 이사회 개최 등 관련 회의를 위해 보험회사 관계자들이 제주도를 방문하게 돼 부수적으로 관광 수입 증대도 꾀할 수 있다. 이에 따른 법무·회계·자문 서비스 등의 전문 서비스 시장도 확대돼 고용이나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 일본 기업의 해외 전속보험사 설립 증가 추세, 최근 자연 재해 증가 등으로 인근 국가인 중국이나 일본 기업들의 자가전속보험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제주도가 이 제도를 도입하면 그 성공 가능성은 높다고 하겠다. 특히 제주도가 이들 국가와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 같은 시간대라서 업무의 편의성이 있다는 점, 환경·문화적으로 친근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우선 관련 법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주도특별법에 법적 근거를 두고 운영·감독에 관련되는 구체적인 사항은 제주도 조례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방식으로 해도 될 것이다. 이는 헌법재판소 결정이나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속보험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은 제주도 당국이 직접 해도 될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 전문 인력을 특별 채용해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 도입은 제주도가 현재 하고 있는 국제선박등록 사무와 마찬가지로 역외금융 업무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점진적으로 역외금융업 기반을 쌓아감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제주 역외금융센터 설립의 성공 가능성을 더 높여주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 이에 관한 관심과 논의 확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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