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 “역사적 소명 제대로 실현 못해 송구”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제18대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19일 저녁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11시13분께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자택을 나선 뒤 11시40분 서울 영등포 당사에 도착했다.

그는 건물 밖까지 마중 나온 캠프 관계자 및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으며, 이들은 문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며 박수를 보냈고, 일부 관계자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문 후보는 잠시 캠프 관계자들과 취재진들에게 둘러싸인 채 “국민의 열망을 제가 받들지 못했다. 당원 동지들의 기대에도 부응하지 못했다. 정말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그동안 좋았다. 힘들긴 했지만 행복했다. 많은 분들로부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세 번째 민주정부 수립으로 새정치 새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을 제대로 실현하지 못해, 역사에 죄를 짓는 것 같아 송구스러운 마음 뿐”이라며 “그래도 다들 희망은 보지 않았느냐”고 위안했다.

문 후보는 이어 당사 2층에서 선대위 본부장들과 10여분간 회의를 한 뒤 3층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선거 패배에 대해 “모든 것은 다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박근혜 당선인께서 국민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지해주신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선거를 도왔던 캠프 관계자들과 당원 동지들, 그리고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에게도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패배를 인정한다. 하지만 저의 실패이지 새 정치를 바라는 모든 분들의 실패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당선인에 대해서도 “축하의 인사를 드린다”며 “박 당선인께서 국민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펴주실 것을 기대한다. 나라를 잘 이끌어주시길 부탁드린다” 당부했다. 또한 “국민들께서도 이제 박 당선인을 많이 성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보다 앞서 문 후보 캠프는 ‘박근혜 우세’로 나온 방송사 3사 출구조사 결과에도 '역전'의 희망을 잃지 않았지만, 개표가 진행되면서 박 후보의 당선이 '유력'에서 '확실'로 바뀌자 여기저기서 한숨과 탄식이 쏟아졌다.

캠프 좌장 격인 정세균 상임고문을 비롯해 박지원 원내대표, 정동영 상임고문 등 캠프 주요 인사들은 당사 1층 대회의실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굳은 표정으로 개표 상황을 지켜보다 박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진 뒤로는 하나둘씩 상황실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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