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존폐 기로에 선 '카사 델 아구아'
국민권익위 조사나 행정 소송중에 강제철거 강행 "반발"
비대위 "문화파괴 행위"성토…제주도 문화수준 갈림길

세계적인 건축거장 리카르도 레고레타(멕시코·1931∼2011)의 유작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가 존폐 기로에 서있다. 행정이 '카사 델 아구아'가 가설 건축물인 점 등으로 철거를 결정한 반면 제주도의회를 중심으로 문화·건축계가 존치를 강하게 요구하며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행정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결과나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행정대집행을 강행, 토지주인 ㈜부영주택의 입장만을 받아들여 철거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귀포시는 지난 21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앵커호텔의 모델하우스인 '카사 델 아구아'를 강제로 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잠정 보류했다. 제주도의회와 '카사 델 아구아 철거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강력 항의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잠정 보류일 뿐 행정대집행 방침 자체가 철회된 것은 아니"이라며 "행정대집행 일정을 다시 잡아 철거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혀, 철거 방침을 굳혔다.

이같은 철거 결정은 가설건축물인 데다 건축법상 기간 만료, 부지내 건폐율·용적률 초과, 해안변 경계선 100m 이내 영구시설물 설치 제한 등 때문이다. 또 토지주인 ㈜부영주택 역시 조망권 보전과 앵커호텔 완성 등을 위해 철거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카사 델 아구아'를 인류의 예술작품으로 인식, 존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건축계와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고 건물주인 ㈜JID도 존치를 조건으로 무상기증 의사를 밝혔다. 한국에서 유일한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유작으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델하우스'로 평가받고 있는 등 세계적인 문화 유산이라며 멕시코 정부까지 나서 철거 반대 의사를 전달할 정도다.

이같은 문화적 가치와 국내외 여론에도 불구, 행정은 '철거'란 시각에 매몰됐다. 김용범 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이 지난 11월 도정질문 당시, '카사 델 아구아'존치 방안을 제시했으나 제주도가 존치 방안을 검토, 협의하는 과정을 갖지 않는 등 사실상 의지를 찾기 힘들다.

또 국민권익위원회가 '카사 델 아구아'고충민원을 조사중이고 오는 26일 '카사 델 아구아'행정대집행과 관련된 항소심 판결선고가 예정돼있는 데도 서귀포시가 21일 행정대집행 강행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카사 델 아구아'가 철거되면 문화파괴 행위의 공동책임을 우근민 도정과 ㈜부영에게 반드시 묻겠다"고 성토하고 있다.

가설건축물이나 법적인 문제로 허물어지기에는 예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카사 델 아구아'.제주도의 문화적 수준이 갈림길에 서 있다.<이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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