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평화책 읽기>「강풀의 26년 」

 몇 년 전 '화려한 휴가'란 영화를 보고 나오는 중에 영화에 대해 얘기하는 대학생들의 대화를 잊을 수가 없다.

'저거 설마 실화 아니지? 실화일걸. 근데 영화니까 과장한 거지. 저렇게까지 하면 어떻게 하냐? 난리 나게'

요즘 학생들은 현대사를 "이렇게도 모르는구나"하는 놀라움이 컸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그들 나이에 나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뉴스로만 보는 학생들의 시위 이유를 몰랐고, 부모님의 당부에 학생 운동은 나와 요원한 일이였다.

그런 의미에서 강풀의 '26년'은 그 시절의 나와 엘리베이터 안의 대학생들을 떠올리며 '이거다' 싶은 작품이였다. 아프고 무거워서 외면하고 싶은 역사, 경쟁과 취업에 몰려 관심 밖인 역사를 재미있고 조금은 가볍게 접하게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2·12 군사반란을 성공시키며 집권욕을 드러내자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를 공수부대가 해산목적이 아닌 무자비한 폭력으로 진압을 했다. 보다 못한 광주의 시민들은 시위에 합세하게 되고 신군부는 저항하는 시민들을 폭도로 둔갑시켜 무자비한 폭력과 고립에 놓아버렸다. 이것이 광주의 비극이고 우리의 아픈 역사이다. 그리고 그 역사 속에서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 책에 나와 있다. 총탄에 맞아 죽은 아내를 보고 실어증에 걸린 미진의 아버지, 죽는 순간에도 당당한 목소리를 가진 진배의 아버지·어머니는 그 날의 충격으로 싸이렌 소리만 들리면 정신이상증세를 보이다가 아들을 그날의 군인으로 착각해 얼굴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새기고 만다.

5·18에 아버지를 잃고 경찰이 되어 그 날의 나쁜 사람들을 모두 잡겠다던 정혁은 경찰이 되었지만 첫 임무가 전두환 대통령이 편히 지나도록 신호를 조작해 주는 것이였다. 이런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유족들을 불러 모은 김회장은 시민들을 쏜 군인이였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였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부모를 잃은 이들을 찾아가 진심으로 사죄를 한다. 명령에 의한 것이였지만 평생을 죄책감 속에 살았고, 죄송하다고, 김회장의 아들 또한 평생을 죄의식과 복수심에 몰두한 아버지를 둔 또 다른 형식의 피해자였다. 그리고 김회장과 그날을 함께한 또 한명의 군인이였던 마실장은 광주시민을 '저들은 폭도야 간첩이야'하며 스스로를 합리화 시킨다. 기억을 왜곡하지 않으면 자신이 살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가해자이며 피해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왜 국민을 이 지경으로 몰아가는지 이해가 안 되다 못해 분노하게 되는 상황이다. 이러니 그 비극이 생겼을 것이다. 이들의 복수는 거창한 것이 아니였다. 5·18 책임자의  진실된 사과였다. 여기 모든 사람들이 책 속에서, 현실의 광주에서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다. 그때 그곳의 사람들은 올바르게 살고자,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죽음까지 불사했던 것이다. 이 책은 그 역사의 현장을 살아온 사람들의 아픈 이야기를 절절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만화라는 형식을 빌어 요즘 세대들에게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너무 많은 말을 하지 않으면서 독자 스스로가 무언가를 느끼도록 유도하고 있다.

다시는 그날의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죄를 지은 사람은 처벌을 받고, 희생당한 사람은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가 되고,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가 되도록 하기 위해 바로 잡아야할 것이 아직도 많다. 그러기 위해서 바른 역사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강정윤 ㈔어린이도서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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