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제주에서 이긴 후보가 당선된다는 공식을 확인시킨 이번 대선에서 제주 유권자의 두 후보간 표차는 4949표로 역대 대선 중 가장 작은 표차를 기록하였다.

정치권력을 탄생시키고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그 정당성을 인정받는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후보자가 차별화된 가치를 내세워 경쟁하며 이에 대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는다는 점에서 마케팅전략과 유사하다.

경쟁 정당들이 수많은 공약과 비전을 제시하는 가운데서도 이들을 뚜렷하게 묶어낼 수 있는 차별화된 핵심가치, 즉 후보자의 브랜드 컨셉 구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곧 마케팅 관점에서의 선거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박근혜 당선자는 당이 위기에 처했을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잘 해냈다는 점과 원칙을 강조하고 지켜내는 신뢰감이 박근혜라는 브랜드의 핵심가치로서 긍정적 반응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준비된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어머니와 같은 보살핌으로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를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은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으로 인간 존엄성과 존중이라는 훌륭한 가치를 제시했지만, '사람사는 세상'을 핵심가치로 삼은 노무현이라는 브랜드를 넘어서지 못하여 후보자 개인의 존재감과 브랜드 구축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마케팅 전략적 관점에서 냉정히 살펴보면 양쪽 모두 과거보다 더욱 진보된 비전 제시가 부족했고, 판을 흔들 수 있는 후보자 고유의 브랜드 리더십을 보여주지는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브랜드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가 매 순간 행사해야 할 의사결정의 권한과 능력이다. 마케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던 혁신적인 기업들이 무너진 이유도 변화에 대응하는 올바른 의사결정을 해야 할 리더십의 부재에서 발생했다.

필름으로 쌓은 130년의 아성 '코닥'이 무너진 이유도, 휴대전화 시장에서 넘을 수 없는 산으로 불리웠던 '노키아'가 내리막을 걷고 있는 이유도 환경변화에 맞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는 리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두 기업 모두 수익이 좋았던 때의 자만심은 새로운 시장에 대비한 혁신을 소홀하게 했고, 문제가 커졌을 때는 불확실한 의사결정으로 경쟁자를 앞설 수 있는 여러 번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처럼 브랜드 리더십은 기업이나 국가의 힘을 한 방향으로 모으고 혁신할 수 있는 '기회에 도전하는'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당선자는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대탕평책(大蕩平策)으로 분열과 갈등을 끊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경제의 양극화와 저성장, 정치개혁, 대북관계 등 국가의 리더로서 요구받고 도전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지지하는 후보자에 따라 진보와 보수로 나뉘었던 대립의 각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당선자의 리더십이 평가받게 될 것이다.  

제주 역시도 신공항 건설, 제주해군기지, 한중 FTA, 제주 4·3 문제 등 이명박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난제들이 널려있는 상태이다. 게다가 이번에 집권하지 못한 정당에서 의원 3석 모두를 차지하고 있는 제주의 현실도 우리에게는 결코 유리하지 않은 환경이다.

새로운 정부에서 산적한 제주의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당선자의 의지와 어머니 같은 리더십이 필요하다. 어머니는 자식 중 가장 열악한 환경에 처한 자식에게 더욱 애정을 갖는다. 도세 1%라는 산술적 개념이 아니라 무한한 가치를 가진 제주도라는 당선자의 인식이야 말로 준비된 여성 대통령으로서의 리더십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아무쪼록 도세가 열악한 제주에 대한 박근혜 당선자의 애정과 제주 발전을 위한 리더십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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