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여성 제주대학교 독일학과·스토리텔링학과 교수

   
 
     
 
몇 년 전 모 방송국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통해 친숙하게 다가온 연변, 바로 그곳에 우리와 동질적인 언어 및 문화를 공유하는 100만에 가까운 동포가 살고 있다. 필자는 지식경제부 광역경제권 연계협력사업(연구책임자: 제주대 양진건 교수)의 일환으로 제주대 스토리텔링 연구개발센터와 중국 연변대 민족교육연구소의 교류의 일환으로, 12월 초순 동료 교수진과 함께 연변대를 방문하여 '제주 유배문화와 연변 민족문화를 활용한 스토리텔링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왔다.

제주대 측에서는 '제주문화의 녹색관광 자원화'라는 틀을 바탕으로 문화연구의 지평으로서의 기호학, 공연예술, 공간 스토리텔링, IT와 뉴미디어, 관광 스토리텔링의 방법론 및 제주의 개발사례를 중심으로 8강을 진행했고, 연변대 측에서는 조선족의 정체성, 용정과 해란강, 조선족 문학, 연변의 문화와 민속, 스토리텔링 실습을 주제로 6강 등 총 56시수의 특강을 일주일 동안 실시했다. 하루 8시간씩 진행된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연변 지역 각 기관의 실무자, 신문 및 방송기자, 교원, 대학원생 등 50여명의 수강생은 열띤 토론을 통해 두 도시가 공유하는 인연의 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 측에서 스토리텔링 방법론과 글로벌 연계망 구축을 위한 교류 구상을 제시했고 연변 측에서는 지역에 산재한 조선족 민족문화 및 역사 스토리텔링 공동작업의 제안으로 화답했으며, 이를 통해 향후 연계 가능한 분야를 도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연변이 우리와 같은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면서도, 중국과 한반도를 매개하는 절묘한 완충지대라는 것이었다. 제주와 유사하게 연변은 복잡한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고난의 역사를 경험한 변방이었지만 이제 중국과 남북한 사이에 조정자의 역할을 맡아가고 있다. 도시를 중심으로 다문화가 교차하는 이 시대에 중국과 한반도, 제주와 연변을 잇는 도시 클러스터의 가능성을 점쳐 볼 수 있다. 물론 교류와 협력의 성공에는 명확한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일단 두 지역은 20세기 초반의 역사적 질곡에도 불구하고 무수히 많은 문화와 이야깃거리를 보유하고 있다. 예컨대 용정 지역에는 저항시인 윤동주의 발자취, 해란강과 일송정 등 항일운동의 정신과 역사적 장소가 즐비하며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역사적인 원천자료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가미하면, 문화·역사·관광과 교육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다.

제주와 연변의 교류는 소외지역들 끼리의 형식적 교류나 관광에 그치지 말고 미래를 위한 인적자원의 양성, 문화적 장소의 개발과 관리, 사회·문화·교육 투자 등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합리적으로 진출하는 동시에 연변동포와도 사업성과와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 우선 중국과 한국의 법률적인 실체를 존중하는 가운데 연변과 제주의 공분모를 확인해야 한다. 연변 지역의 발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지만 방치된 문화자원의 개발이 시급한 현황을 보건대, 그 방안의 하나로 관광자원의 스토리텔링 콘텐츠 개발을 생각해 봄 직하다. 이 방안은 제주와 연변이라는 변두리의 연결을 넘어 한·중 교류의 일익을 담당하는 선도적인 의미를 가지기도 한다.

나아가 교류는 상호신뢰에 바탕을 둔 공동의 이익과 상호교류의 창출을 지향해야 한다. 교육적인 환경을 보면, 연변의 학부모들은 대한민국에 자녀를 유학 보내는 일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지역거점 국립대학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그렇다면 연변 청년에 대한 교육 및 연수, 유학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도 필요하다. 역사의 자료가 스토리텔링과 만나 문화산업으로 탄생한다면 그리고 이를 추진할 인력을 제주도가 양성한다면, 이는 민관·산학협동의 시사적인 의제가 된다. 두 도시의 클러스터 조성은 그리 불가능한 과제가 아니며, 먼 미래의 남의 일은 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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