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 사용액 기준 최대 배 이상 강화
포인트 적립·할인, VIP카드 혜택도 줄여

회사원 김태호씨(37.가명)은 새해 메일을 정리하다 황당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각종 혜택을 제시하며 불과 2~3개월 전 교체한 신용카드 혜택이 줄어든다는 '일방적'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혜택 좋은 카드로 갈아타라고 몇날며칠 안내전화가 걸려와 고민 끝에 결정했던 일"이라며 "이 정도면 사기 수준"이라고 어이없어했다.

카드사가 경영난을 이유로 부가 혜택을 절반 이상 줄이기로 하면서 그동안 누렸던 부가 혜택이 반토막이 나거나 없어지게됐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등 대형 카드사들은 2013년에 부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전월 이용액을 기존보다 최대 배 이상 늘리고 할인과 포인트 적립 등을 30~60%를 축소한다.
고객 수는 적은데 유지비만 많이 드는 카드는 과감히 없애고 부유층 고객(VIP) 카드도 부가 혜택을 줄인다.

◇많이 안 쓰면 혜택 없다

경기 불황을 내건 카드사의 선택은 전월 이용액을 기준으로 한 부가 혜택 차등화.

기존에 20만원 수준이면 누리던 부가 혜택도 새해부터는 50만원 정도는 되어야 한다. 무이자 할부, 현금서비스 등은 전월 이용액에 포함되지 않는다.

자사 카드를 많이 쓰지 않으면 그만큼 혜택도 주지 않는다.

국민카드 'KB국민 와이즈카드'는 6월부터 전월 실적 3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0.5%의 포인트리를 적립해준다. 기존에는 제한 조건 자체가 없었다.

국민카드는 4월부터 주력카드인 '혜담카드'에 통합 할인 한도를 둔다. 전월 실적이 30만~70만원이면 할인 한도가 1만원, 70만~140만원이며 2만원으로 제한된다.

전월 실적 인정 기준도 교통, 통신요금, 아파트 관리비, 대학등록금, 세금 등을 빼기로 해 사실상 부가 혜택을 받기 어렵게 만들었다.

롯데카드는 1월부터 롯데월드 자유이용권 50% 할인, 피자헛과 T.G.I.F 10% 할인을 전월 실적 20만원 이상인 경우로 한정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월평균 10만원만 써도 됐다.

'롯데마트 DC100 카드'는 1월부터 롯데마트에서 전월에 50만~100만원을 써야 월 1만원 한도에서 5% 할인해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20만~40만원만 써도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현대카드는 7월부터 'M포인트 서비스'를 받으려면 전월 실적이 있도록 바꾼다. 3개월간 이용액이 90만원 미만이면 일괄적으로 0.5%만 적립해주기로 했다.

씨티은행 'The CJ 씨티카드'는 전월 실적 10만원 이상 시 CGV 할인을 2천원씩 월 3회까지 제공했다. 7월부터는 전월 실적 30만원 이상일 경우 월 1회에 한해 3000원만 깎아준다.

◇포인트·할인 적립 억제…수수료 부활

신한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외환카드, 롯데카드, 하나SK카드는 3월부터 홈플러스의 패밀리 포인트 적립률을 기존 0.5%에서 0.45%로, KB국민카드는 1.0%에서 0.95%로 낮추기로 했다.

비씨카드는 1월 신청분부터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20포인트당 1마일로 전환해주기로 했다. 기존에는 18포인트당 1마일이었다.

신한카드 등 카드사들은 2013년 신용카드 사용금액 확인서를 별도로 요청하는 고객에 한해 우편 발송하기로 했다.

삼성카드는 7월부터 '생활비 재테크 서비스'를 중단한다.

신한카드는 '정상제이엘에스-신한카드'를 2월 5일자로 폐지한다.

씨티은행 '씨티 리볼빙 플러스 카드'는 7월부터 CGV할인서비스와 휴대전화 할인 서비스가 안된다.

롯데카드는 그동안 문자서비스(SMS) 수수료 면제 카드와 다른 신용카드를 함께 소지할 때 별도 부과않던 월 수수료 300원을 3월부터 부과한다고 공지했다.

VIP 카드 이름도 부끄러워진다.

신한카드가 운영 중인 '프리미어카드'(연회비 100만원), 'THE ACE카드'(50만원), '더 베스트카드'(20만원), '더 레이디 베스트카드'(20만원)의 부가 혜택이 올해 상반기 중에 10% 이상 축소된다.

현대카드 'The Purple'카드(60만원)와 삼성카드 '라움 카드'(200만원)도 유사한 수준으로 부가혜택을 없앤다.

국민카드는 1월부터 'KB국민 태제 스카이패스카드'(100만원)의 마일리지 적립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사용액이 200만원만 넘으면 1500원당 2마일을 적립했으나 내년부터는 500만원을 넘어야 가능하다.

◇ 무이자할부서비스 종료

온라인 쇼핑몰에 전자결제(PG) 서비스를 제공하는 KG이니시스는 올해부터는 전 카드사의 무이자 할부 행사(2~3개월, 4~6개월, 부분 무이자 할부 등)를 하지 않는다고 지난 12월 28일 공지했다. KG이니시스의 PG서비스를 이용하는 약 2만여개의 온라인 쇼핑몰 업체의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의미다. PG서비스란 가맹점(온라인쇼핑몰)과 계약을 맺고 구매자가 선택한 은행, 신용카드, 통신사 등으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아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가맹점에 정산해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다른 PG서비스 업체인 KSPAY와 올더게이트 역시 대행가맹점을 이용한 인터넷 쇼핑몰 신용카드 결제건에 대한 무이자 할부 행사를 1일부터 중단한다고 밝혔다. 만약 할부 결제를 할 경우 고객에게 할부 수수료가 청구된다. 다른 무이자 할부행사도 마찬가지다. 전체 보험사가 시행하던 자동차 보험료 무이자할부 서비스도 올해부터 종료된다.

이처럼 무이자 할부 서비스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지난 12월 22일부터 시행된 개정 여전법 및 카드사의 마케팅비용 축소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무이자할부 등에 대한 비용은 카드사가 부담해왔다. 통상 3개월 무이자할부의 비용은 원금의 약 3%, 6개월 무이자는 원금의 5.6% 정도다. 그러나 개정 여전법은 가맹점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 비용 감소를 위해 일방적으로 부가서비스 비용을 카드사에 전액 부담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되어 있다. 카드사 역시 개정 여전법에 따른 카드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로 올해 사업계획에서 무이자 할부 등 마케팅비용을 대폭 축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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