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배 IUCN 한국위원회장·서울대 교수·논설위원

   
 
     
 
지난 3일 제주아트센터에서 제주도의 미래에 대한 원대한 비전이 제시됐다. 2020년 제주도가 '세계환경수도'로서 국제적인 인정을 받아 세계 제일의 환경도시 모델로서 거듭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선포했다. 실로 새해 벽두에 가슴을 벅차게 하는 놀라운 선언이다.

지난해 제주세계자연보전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제주도의 탁월한 자연환경의 가치가 170여 개국에서 참가한 전 세계인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지난 2011년 11월에는 세계7대자연경관으로 선정돼 제주가 지니는 자연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됐고, 세계7대자연경관의 선정과정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에서 제기됐던 논란이 법적으로 매듭 지워짐으로써 이제 제주는 도민이 합심해 제주환경보물섬의 가치를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맞게 됐다.

과거에는 환경과 발전이 상반되는 개념으로 간주돼 왔으나, 근래는 환경과 경제발전이 선 순환적 고리로 인식되는  패러다임이 제시되고 있다. 경제발전이 우수한 환경보전의 사회적 기반을 제공하고, 환경은 다시 더 나은 경제발전의 자원이 된다는 틀을 비춰보면, 제주는 장차 '도민이 행복한 환경보물섬'으로 발전할 수 있는 완벽한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20년 세계환경수도로 나아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다. 여러 가지 논의를 통한 의견 수렴의 과정이 필수적이라 하겠으나 우선적으로 제주도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큰 틀에서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제적인 협력관계 구축의 지속적인 유지 및 약속 이행이 중요하다. 국내에서도 이미 '환경수도'라는 용어를 스스로 사용하고 있는 지방자치도시는 여러 있으나, 제주도가 추구하는 '세계환경수도'는 2020제주세계자연보전총회의 결의를 통해 국제적인 인증을 받겠다는 것이다. 2012세계자연보전총희에서 '제주선언문'을 채택해 IUCN과 협력하고 세계환경리더스포럼을 주기적으로 개최함으로써, 향후 제주도가 세계 환경 논의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한편으로는 지난해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 결의된 화논분화구 복원, 해녀 문화, 곶자왈보전, 국제보호지역통합관리체제 구축, 세계환경허브 평가·인증 시스템 개발 등의 의제에 대한 후속 조치를 실행함으로써 환경정책 실천에 따른 국제적인 신인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국제협력네트워크의 강화도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둘째, 제주도민들의 확고한 의지와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환경도시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은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를 들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선행됐다는 점이다. 승용차 사용억제 및 공공 교통수단의 이용으로 환경 친화적인 교통 체제를 구축하고, 재생에너지 사용과 에너지의 과도한 소비 억제, 쓰레기 줄이기, 재활용 최대화, 물 절약 등으로 인한 불편함을 감수하는 도민의 자발적인 친환경적 생활습관 실천이 세계환경수도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다.

셋째, 중앙정부의 재정적·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중앙정부는 일단 제주특별자치도가 가지고 있는 천혜의 자연 환경에 대한 세계적인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글로벌 브랜드로 개발 보전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미래 대한민국의 환경적 가치를 내세울 수 있는 중요한 요소임을 인정해 재정적·제도적 뒷받침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환경수도로 가는 길은 지속가능한 발전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다. 제주의 우수한 자연환경유산으로 점차 증가하는 관광객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관광에 따른 환경압력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생태관광의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친환경적 생활 실천으로 소모와 공급이 맞물려 돌아가는 생태의 순환적 구도를 이루기 위해 도민들이 중심이 된다면 세계환경수도의 원대한 비전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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