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제주파(派)’] 23.사진가·사진치료사 이겸

서울에서 '잘 나가던' 사진가는 이른바 '부와 명예'를 내려놓고 제주로 훌쩍 떠나왔다. '마음의 안식처'를 찾기 위함이다. 아니 '고향'이 필요했기 때문이란다. 정작 '서울 사람'이지만 서울엔 돌아갈 고향이 없다는 사진가는 제주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가는 사진만 잘 찍으면 되지 않겠냐는 물음에 오히려 당황스러워 한다. 그러고 보니 사진가의 명함에 붙는 수식어가 많다. 아동 후원 프로그램 '밝은 벗' 대표, 그림과 글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사진치료사' 등 제주에서도 할 일이 많다.

▲ 사진가 겸 사진치료사 이겸

△한계, 극복할 과제

'살만했던'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섬 안으로 들어왔다. 알아주는 이 하나 없이 정착, 모든 것에 스스로 극복하는 법을 체득중인 사진가 겸 사진치료사 이 겸씨(45)가 그 주인공이다.

사진을 찍으러 왔던 '제주'와 살러온 '제주'는 참 달랐다.

'먹고 사는 문제'야 해결이 된다지만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은 꼬박 몇 개월을 공을 들인 뒤에야 눈인사가 가능해질 정도로 힘들었다.

특히 사진가인 자신에게 '뭐 먹고 사냐'는 물음을 던질 때마다 머쓱해진다. 제주 섬이 아직도 문화와 밀착되지 않았음을 실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작가는 "돈을 들여 문화를 즐기는 데 제주인들은 아직도 어색해 하는 것 같다"며 "사진을 '생업'으로 삼는 경우가 생소할 지도 모르겠지만, 나눔과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봐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작가는 지난 시간을 계기로 제주에서 단단하게 정착하는 법을 터득해 나갈 계획이다. 

제주도민의 시선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들을 쓰고 찍는 '제주도여행작가' 프로그램을 개설한 것도 이 일환으로, 지역 주민들이 '사진'을 통해 문화와 한층 가까워지길 바라고 있다.

▲ 이겸 작가는 재능 기부를 통해 어린이들을 후원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찍고 나누는 것

이 작가는 오래 전부터 서울에서 해오던 일들이 제주에서도 연속됐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오래전부터 자신이 가진 재능을 나눠 아이를 후원하는 단체 '밝은 벗'이 대표적이다. 서울에서는 알음알음의 소문으로 참여하는 이들이 매년 늘었지만 제주는 사정이 다르다. 사진을 배우는 이들도 적을 뿐더러 이를 통해 나눌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이들이 극히 적다.

이 작가는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지역에 보탬이 될 수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한다"며 제주에서 밝은 벗이 활성화 될 수 있길 바람으로 남겼다.

제주에서의 삶이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정착기에 들어서기엔 길이 멀다. 

사진을 통한 치유 공간으로 곽지에 조성중인 도서관은 3월에 문을 열 예정이었으나 지역 정서 등의 고려로 정체되 있는 상태며,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다짐과는 달리 섬 안에서 부르는 곳은 드물다. 

그래도 제주를 떠날 마음은 없다. 하고 싶은 일들을 제주에서 제대로 펼쳐봐야 겠다는 처음의 다짐에서다.

이 작가는 "마음먹은 것과 달리 그 속도가 더디고, 성과도 크지는 않지만 모든 것은 기분좋은 경험"이라며 걱정 대신 긍정의 힘을 믿었다.

제주도여행작가 및 밝은 벗 프로그램 참여 문의=010-5234-6162(http://cafe.naver.com/megustajeju/). 고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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