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와 미소시루」(야스타케 싱고·치에·하나 지음, 최윤영 옮김)=쉽게 뜨거워지고 쉬이 식어버리는 사랑이 요즘 세태라지만 누구나 오래 변치않는 '사랑'을 꿈꾼다. 이 책을 쓴 신문기자인 야스타케 싱고는 사랑이 뭔지 아는 남자다. 그는 사랑하는 여자 치에를 암으로 먼저 떠나보낸후 그녀가 남긴 블로그 글을 새벽마다 읽고 또 읽었다. 처음엔 가슴 아파 한 줄도 읽어내려 갈 수 없었지만 점점 그녀의 글을 보며 슬픔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녀가 남긴 글과 그녀와의 추억을 회고하며 4년간 꾹꾹 눌러 쓴 글을 책으로 펴냈다. 또 책이 나오기 전 치에가 만든 블로그는 때론 위로와 응원을 전하는 투병기로, 또 때론 일상일기로 가족의 뭉클한 사랑을 보여주며 단시간에 인기를 끌며 일본 전역에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죽음을 앞두고 삶의 가치를 말하는 글은 흔하지만 그럼에도 이책은 만남과 이별, 남겨진 가족이 슬픔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삶과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부키·1만2000원.

 

 

 
「그대는 그대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는가」(선묵혜자 지음)=세상을 살아가는 일이 고통스러운 것은 자신도 모르게 무언가를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는 욕심때문이다. 하루하루가 불안한 것은 무언가를 자꾸 채우려는 습관 때문이니, 비우고, 놓고, 낮추지 않으면 우리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흔히 '마음이 아프다'고 하지만 책에서 스님은 정말 마음이 아프냐고 반문한다. 여기서 우리는 마음이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을 잃어버려 아픈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도 모른채 두손에 무언가를 꽉 움켜쥐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지키려니 손도 아프고 정신도 피폐해 진다. 그것은 자신의 행복을 희생하면서까지 지켜야 할 가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스님은 "무엇을 그리 꽉 움켜쥐고 있느냐"고 물으며 이제 비우고 놓아서 편안해지라고 한다. 비우고 놓아도 절대 큰일나지 않는다고 용기를 준다. 아침단청·1만4000원.
 
 
 
 
「울음의 본적」(작은詩앗·채송화)=짧은 시로써 시의 진면목을 탐색하는 시동인 '작은詩앗·채송화'가 아홉번째 동인지 「울음의 본적」을 펴냈다. 서정시의 정체성이 극도의 혼란상을 드러내고 있는 요즘, 장황한 수사나 수다스러움 대신 짧고 깊은 울림을 주는 시의 본류를 탐색 하는 '작은詩앗·채송화'답게 이번 호에서도 집중과 함축의 취지를 살리는 시들이 실렸다. 지역적으로도 한 곳에 머물기보다 부산과 제주, 전주, 남원, 진주, 서울 등 전국을 아우르는 아홉 동인들이 각각 5편씩의 신작 시를 발표했다. 특히 열두살때부터 제주로 건너와 지금까지 살고 있는 나기철 시인의 시 5편 - '날 가져가!' '엄마' '오후에' '반전' '시월'도 함께 했다. 한국 현대시사에 남을 짧고 단단한 시를 한편씩 골라 소개하는 '한국의 명시'에는 이용악 시인의 '북쪽'을, '초대시'에는 김종길·박희진·이하석 시인의 신작시 2편씩을 담았다. 고요아침·7500원.
 
 
 
 
「촘스키 知의 향연」(노엄 촘스키 지음·이종인 옮김)=반세기에 걸친 대학자의 치열한 학문적·사상적 궤적이 한 권에 담겼다. 이 책은 근 50년에 걸쳐 촘스키가 발표한 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만을 가려뽑아 모은 것으로, 촘스키의 사상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첫 저작선집이다. 원서 'The Essential Chomsky'에는 촘스키의 글 25편을 발표된 순서대로 실었지만 한국어판에서는 누구나 읽기 쉬운 정치평론 분야와 비교적 높은 집중력을 요구하는 언어학 분야로 나누어, 관심가는 분야를 골라 읽을 수 있도록 편집했다. 한편 노엄 촘스키는 현대 언어학의 방향을 정립한 언어학자이자 인지과학 혁명의 주역으로서 명성을 누리는데 머물지 않고 젊었을 때부터 약자의 편에 서서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여든살을 넘긴 오늘날까지도 자유사회주의자로서,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또 신자유주의 세계질서를 신랄하게 파헤치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을 제시하고 있다. 시대의창·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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