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커스> 제주도 두 얼굴의 복지행정

고물가 속 양육시설 급식비 고작 140원 인상
피복비 월 1만3000원…후원도 절반 줄어
지역아동센터도 냉·난방비 부족에 ‘쩔쩔’

 "밥은 누구나 먹어야 하는 세상 무엇보다 평등한 것으로, 더욱이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외로운 밥은 희망의 밥상이어야 한다". 비영리공익재단 '아름다운 재단'은 한끼당 1500원에 불과한 아동양육시설(보육원)의 불평등한 식단을 개선하기 위한 시민예산을 모금하고 있다. 행정이 방치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제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도내 한 아동양육시설을 직접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영아원, 가장 저렴한 분유로

만 36개월 미만의 영유아 39명이 생활하고 있는 도내 한 영아원.

이 영아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가영씨(34·여·가명)는 원생들의 분유를 주문할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다. 도내 아동양육시설의 아이들에게 지원되는 한 끼 식사비 1560원으로는 가장  저렴한 제품을 주문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현재 시중에서 가장 저렴한 1통(800g)에 1만원대 분유를 원생들에게 먹이고 있다"며 "기존보다 한 단계라도 좋은 품질의 제품을 사용하고 싶지만 같은 양에 3만원이 넘는 가격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영아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영유아들은 천 기저귀를 사용한다. 한 달 피복비 1만3000원으로는 종이기저귀 값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천 기저귀를 일부러 사용하기도 한다지만 인력, 시간 등이 빠듯한 시설의 환경을 감안하면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이들은 장마 등 비 날씨로 인해 천 기저귀가 마르지 않을 때만 종이기저귀를 사용하고 있다.

▲ 도내 아동복지센터(보육원)원생 1인당 한끼 식사비가 1560원에 불과, 1식 3찬의 식단(사진 아래)을 짜고 있으나 한창 성장기 아이들에게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권종 기자

△한끼 식사비 1500원

사정은 아동복지센터(보육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 아동복지센터 아이들에게 책정된 한끼 식사비는 1560원이다.

단체급식을 하기 때문에 한 끼 식사비 1500원대로 1식3찬을 제공할 수 있다지만 한창 자랄 나이의 아이들에게 충분한 영양공급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센터 관계자는 "식단을 맞추기는 하지만 아이들에게 풍부한 영양공급이 가능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2012년 12월) 신선식품지수는 2011년 동월대비 13.0%, 농축수산물은 4.6%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식탁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한정된 금액으로 식단을 짜야하는 아동복지센터 식사의 질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피복비, 후원에 의존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는 영아들과 달리 학교 등 야외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아동복지센터 아이들에게 피복비 1만3000원은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아동복지센터 관계자는 "피복비로 속옷과 겉옷, 신발까지 구입해야하는 데 요즘 학생들이 선호하는 브랜드 의류는 상상도 할 수 없다"며 "1년에 한번 후원금으로 브랜드 신발 1켤레를 사주는 것이 고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행정의 지원으로 부족한 부분들을 독지가들의 도움에 의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동복지센터 관계자는 "최근 독지가들의 방문이 50% 이하로 줄어들었다"며 "지난 연말에는 행정기관을 제외하고는 도움이 손길이 아예 끊겼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제주도 등에 따르면 올해 영아원과 아동복지센터(보육원) 등 도내 6개 아동양육시설 아이들에게 지원되는 시설생계급여는 1인당 월 15만4000여원이다. 시설생계급여는 아이들의 식사비와 피복비로 사용된다.

식사비의 경우 지난해 한 끼당 1420원에서 올해 1560원으로 120원 인상에 그치는가 하면 피복비는 지난해와 올해 모두 1만3000원으로 유지되는 등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아동센터도 예산 부족 고충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지역아동센터도 마찬가지다.

제주도 등에 따르면 올해 지역아동센터에 지원되는 냉·난방비는 60만원이다.

지난해 시설규모에 따라 25만~40만원씩 지급되다가 올해 규모에 상관없이 60만원으로 인상됐지만 겨울과 여름을 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도내 한 지역아동센터의 경우 지난해 특별운영비로 지급된 100만원을 모두 난방비로 사용, 올 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지원이 불투명하다.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겨울 캠프 등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특별운영비가 전액 난방비로 사용되면서 정작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진행하지 못했다"며 "기본 운영비는 프로그램비, 인건비, 관리비로 사용하기도 빠듯해 냉·난방비로 사용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냉·난방비 등 운영비와 함께 추가운영비가 매달 지원된다"며 "추가운영비는 지난해 10만원에서 올해는 시설규모에 따라 10만~30만원으로 확대 됐다"고 밝혔다. 강권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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