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웅 자비정사·논설위원

   
 
     
 
어느 날 대궐 담벼락에 이런 방이 붙었다. '이 나무를 옮기는 사람에겐 백금을 주겠다'

방을 보고도 나무를 옮기는 사람이 없자 상금은 천금, 만금으로 늘어났다. 어느 날 한 사람이 밑져야 본전이라 여기고 나무를 옮겼더니 약속대로 만금을 하사 받았다. 옛날 중국 진나라의 재상이었던 상앙이 백성들의 나라에 대한 불신을 없애려고 아이디어를 낸 것이었는데, 그 일이 있은 후로 나라의 정책이 백성들의 신뢰를 얻어 부국강병을 이룰 수 있었다고 한다. 신뢰가 없이는 나라가 바로 설 수가 없다. 한자의 믿을 신(信)은 사람의 말을 가리킨다.

지난 5년 이명박 정부 하 국민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유인 즉 대통령의 거짓말이 크게 한 몫을 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오죽하면 「'또, 라이 가카' MB의 거짓말 100과 사전」(서프라이즈/아이엠피터/ 2012-03-16)이라는 책까지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또, 라이 가카'」라는 책은 제목부터 잘 읽어야 한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라이또의 원뜻인 또라이 가카가 아니라 '또, 라이(거짓말) 가카'라는 의미다.

이 책은 말 그대로 MB의 거짓말 백서다. 공동저자인 전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 김성재 씨는 "MB의 거짓말을 100개 찾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100개로 줄이는 것이 어려웠다"라고 밝혔다. 그만큼 이명박 대통령의 거짓말은 많았고, 「'또, 라이 가카'」 라는 책에는 MB의 거짓말이 정확하게 나와 있다.

「'또, 라이 가카'」 를 보면 수없이 많은 가카의 거짓말이 나온다. 그런데 이런 거짓말을 국민들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런데도 무덤덤하게 지난 5년을 보냈다. 그것은 아돌프 히틀러의 '큰 거짓말 이론'처럼 벌써 속았기 때문이다. 멍청하게 가카의 거짓말에 속아 믿고 또 믿었기 때문이다. 아돌프 히틀러의 '큰 거짓말 이론'이란, "대중이 차분해지도록 하지 마라. 절대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지 마라. 다른 선택의 여지를 남기지 마라. 절대 비난을 받아들이지 마라. 사람들은 작은 거짓말보다 큰 거짓말에 더 빨리 속는다. 그리고 거짓말을 충분히 자주 반복하면, 머지않아 반드시 그것을 믿게 된다."라는 이론이다.

이러한 정부에 대한 불신 속에서 지난 2012년, 우리나라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다. 새 대통령의 국정 운영 5대 키워드 중, 첫 번째 키워드인 '화해·탕평 인사를 통한 국민 대통합' 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난관에 부딪칠 것이며,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독일의 문호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의 작품 중에 "탈피(脫皮)하지 못하는 뱀은 죽는다"는 말이 있다. 뱀은 한 번씩 껍질을 벗는다. 껍질을 벗으며 성장하게 된다. 그런데 무슨 연유가 있어 껍질을 벗지 못하게 되면 자신의 껍질에 갇혀 죽게 된다. 뱀이 독이 있는 먹이를 먹었거나 피부가 상하게 되었을 경우 껍질을 벗지 못하고 자신의 껍질에 갇혀 죽는 것이다.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론 뱀처럼 피부의 껍질을 벗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껍질·습관의 껍질·고정관념의 껍질이다.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이 품고 있었던 고정관념이나 가치관에서 끊임없이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벗어나 새로워지게 되면서 성장하게 되고 성숙하게 된다. 새 대통령은 불신의 껍질을 벗어던지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 뱀의 몸통이나 꼬리가 아닌 머리를 제대로 잡아서, 그 누구도 소외되고 억울하지 않는 국민대통합을 이뤄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한다.

새 정부 하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국민과 정부 사이에 바위 같은 믿음이 있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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