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 소장·논설위원

   
 
     
 
물은 인간이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 중 하나가 바로 인체의 70%는 물로 이뤄져있다는 것이며 물 없이 결코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없는 생명체라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세수를 하고, 밥을 짓고, 집에 돌아와서 목욕을 하기까지 끊임없이 물을 소비한다. 하루의 처음과 끝이 '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UN은 올해를 세계 물의 해로 정하고 물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는 한편 지구상에서 물 부족에 시달리는 모든 국가들에 대한 관심과 개선을 촉구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도의 물 관리 정책은 어떻게 해야 할까. 각 가정에 공급되는 수돗물의 사용에 무한한 신뢰를 가져야 한다. 제주도의 지하수는 함양량이 충분하고 맑고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어서 청정제주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지하수 개발과 관련한 물 관리 정책이 오랜 기간 제주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언제부터인가 똑같은 지하수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수돗물 보다 삼다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나고 있고 제주 삼다수의 판매가 급등하고 도내 대리점에서 삼다수의 재고가 모자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제주도의 물 관리 정책은 지하수 고갈의 문제보다 오염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한다. 화산활동으로 인해 발달된 절리대·균열대·파쇄대를 통해 상당량의 강수가 지하수로 이동하며 제주 지하수에 함양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제주도 지하수의 함양량은 한라산이 70%이상이며 그 외의 지역으로 분석구인 오름과 곶자왈 지대가 높은 함양률을 보인다.  그러나 지하수함양량과 함양률이 높다는 것은 오히려 오염량과 오염률도 동시에 높을 수 있다는 점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다. 한라산에서 함양된 지하수가 해안 저지대의 마을까지 이동해오면서 많은 오염원들로 부터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 특히 화학비료와 축산분뇨 등은 질산성질소의 농도를 증가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연 숨골과 인공 숨골을 관리하는 특단의 관리제도가 필요하다. 숨골이란 강수를 빠른 시간 내에 지하로 이동시키는 공간을 말하며 동굴 함몰지, 곶자왈 지대 용암대지에 많이 분포하며 제주도의 지표수의 대부분이 이러한 자연 숨골을 통해 지하로 이동한다. 그리고 인공숨골은 농업용 또는 음용수를 채수하기 위하여 인공적으로 개발한 관정을 말하는데 이러한 관정 중에서 특히 사설관정은 관리의 허점을 드러내고 있어서 이러한 인공숨골 관정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제주도 지하수와 관련된 정보공개 및 대국민 브리핑제도가 연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제주도민의 대다수는 지하수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으며 지하수의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 지나치게 풍부한 지하수의 사용으로 물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이며 물에 대한 애정이 낮은 단계 수준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물 관리 정책과 물 소비문화는 서로다른 길을 걸으며 제주도 지하수의 어떠한 문제에도 관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제주도라는 지리적 환경과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은 물에 대한 높은 수준의 국민적 관심을 필요로 하는데 이러한 현실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물 정보 공개 및 대국민 브리핑은 반드시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근 들어 전통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생태학이 환경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개념으로 등장하고 있다. 옛 선조들의 전통적인 삶의 방식에서 과학적으로 증명은 안됐으나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매우 중요한 지식들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재해석해 생태적 삶을 사는데 도움을 주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전승해야할 수많은 전통지식이 남아 있다. 일 년 열두 달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두 번씩 물 허벅을 등에 지고 물을 길어왔던 제주사람들의 물 사랑 정신은 우리가 다시 발견하고 전승해야 할 전통지식 중의 하나이며 이를 통해 최근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음식물쓰레기 문제도 해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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