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훈식 시인 '곧건들읍써'

'

오름은 불아궁이 물항아리// 어떵 보민 름의 주름// 368개의 오름을 올라사는 동안…태를 고 꽝이 삭는 름의 고향// 짐 벗어분 내 영혼 어서도 좋으리'('오름의 촐 소리' 중)

제주어가 사라지고 나면 과연 제주인들의 삶의 정서는 어떻게 표현할 지 생각만 해도 막막하다. 제주어로 된 책이 눈에 들어오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고훈식 시인이 제주어 시집 '건들읍써'를 발간했다.

속담을 활용한 시들과 제주 대표 음식으로 꼽을 수 있는 빙떡과 오메기술로 시를 빚어낸 솜씨에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표준어로는 도저히 표현되지 못할 제주인 만의 정서는 감칠맛 나게 읽힌다.

제주어를 지킨다는 것, 단순 학문 연구를 넘어서 하나의 예술로 승화시키는 움직임이 반갑기만 하다.

한편 고훈식 시인은 1991년 등단 이후 15권의 시집과 한 권의 수필집을 출간했다. 제주문인협회 부회장·귤림문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표현문학상·한국바다문학 우수상·제주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고혜아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