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는 최근 99년도 도내 농산물 수출실적을 발표했다. 하우스감귤과 화훼류 호조에 힘입어 전년비 30%의 수출고를 올렸다. 30%의 신장률이면 양호한 성적이다. 지난해 여름 계속된 비날씨로 밭작물등이 폐작되는 등의 악재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씁쓸하다. 지난해산 노지감귤의 일본 수출물량는 단 9톤이다. 노지감귤 수출 시작 직전인 지난해 10월 농협은 노지감귤 일본 수출물량을 5000톤으로 예상했다.

 도내 극조생 감귤원을 둘러본 일본 바이어들의 반응이 좋다는 분석까지 들며 5000톤 수출은 무난하다고 했다.

 하지만 수출실적은 고작 9톤. 5000톤이라고 큰소리‘뻥뻥’ 쳤는데 ‘뻥’이 되고 말았다. 그것도 1~2년 앞도 아니고 불과 두달여 앞의 상황조차 제대로 예상치 못한 것이다.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다보면 예상이 항상 맞을 수는 없다. 틀릴 수 있는 개연성을 포함하고 있기에 예상이다. 그러나 어느정도는 비슷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상이 아니다.

 특히 제주의 생명산업이라는 감귤정책에 관련된 예상이라면 더욱 실제에 가까워야 한다.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 농민 모두가 탑승한 자동차의 운전대를 봉사에게 맡긴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2005년부터 적용될 WTO의 차기 농산물협상이 본격화됐다. 수입오렌지에 대한 관세율 인하등 제주 감귤과 직결되는 사안들이 한두개가 아니다. 어쩌면 제주농업 기반 자체를 흔들어 놓을 결과가 나올수도 있다.
 
세계는 5년뒤를 논의하는데 농협은 2개월 앞도 제대로 못보고 있다. 이런 농협이 WTO차기협상에서 제주농업을 지켜낼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다. 정보가 부실하고 예상이 빗나가는데 무슨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할수 있을까. <김철웅기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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