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15세 이상 도민 1인당 빚 1078만여원…정기예금 이탈 뚜렷

불황 장기화와 가계 위축으로 '돈을 굴린다'는 말이 무색해졌다.

지난해 지역 내 가계 대출 증가세가 주춤한 가운데 정기예금 잔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금리한파 속에 은행에 돈을 맡기느니 당장 급한 대로 빚부터 갚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24일 한국은행제주본부의 지역 금융기관 여·수신동향을 보면 이런 흐름이 뚜렷하다. 지난해말 기준 제주지역 가계대출(예금은행·비은행금융기관) 잔액은 4조8187억원으로 전년 4조7412억원에 비해 775억원 늘었다.

도내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호남지방통계청 2011·2012)을 기준으로 2011년 도민 1인당 1070만 2483원이던 가계빚이 지난 한해 1078만90여원으로 8만원 정도 늘어나는데 그쳤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예금은행의 경우 엄격한 대출 관리 기준 적용으로 주택담보 대출이 전년말 6823억원에서 지난해 7932억원으로 늘어난데 반해 마이너스 대출 등 신용대출은 1조3511억원으로 전년(1조4470억원) 대비 959억원 감소했다.

비은행금융기관도 사정은 비슷했다. 주택담보대출이 2011년 7954억원에서 지난해 9629억원으로 1675억원이나 늘었다. 신용대출은 1조7115억원으로 전년 1조8165억원에 비해 1000억원 정도 줄었다. 하지만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이 예금은행에 비해 높은 등 저신용·저소득 서민 의존도를 반영했다.

대출 증가세가 완만해진 사이 정기예금 이탈은 심화됐다. 지난해말 기준 예금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3억9411억원으로 전년 3억9896억원에 비해 485억원 줄었다. 전체 저축성예금 중 저축예금이나 정기적금 잔액이 꾸준히 늘어난데 반해 정기예금 이탈이 심해진 것은 가계 자금 사정이 힘들어졌다는 반증이라는 것이 금융계 내부 중론이다.

당장 돈이 필요해 정기예금은 어쩔 수 없이 깨면서도 다시 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적금을 신규 가입하는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기적금 잔액 증가세 이면에는 또 중도해지율이 30%대에 달하는 등 퍽퍽해진 서민 살림살이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급히 쓸 돈이 있으면 대출을 받고 가능한 예·적금은 묶어두지만 지금은 바로 해지하는 편"이라며 "일부 금리가 높은 상품으로 전환하는 외에는 생활비나 대출 상환 용도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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