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주 제주에코푸드 대표·논설위원

   
 
     
 
새 정권 출범과 함께 지난 농림수산식품부의 조직이 크게 개편될 처지다. 새 대통령이 공약한 대로 해양수산부를 신설한다. 농식품부의 수산 업무는 해수부로 전면 이관된다. 또한 식약청은 총리 직속으로 들어간다. 농식품부가 갖고 있던 식품위생·안전관리의 업무도 전부 넘긴다. 결과적으로 농식품부는 그 기능을 축소 내지 집중돼 농림축산부로, 식약청은 청 단위에서 '처' 단위로 격상돼 식약처로 간판을 바꾼다.

개편안은 농식품부의 핵심 업무인 축산물위생관리법을 떼어내 통째로 이관할 것을 골자로 담고 있다. 축산물의 생산·가공·수입·유통단계의 위생·안전사항을 식약처로 넘기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가 수행하던 수입수산물 검사업무도 식약처로 내줘야만 한다. 정책·집행기능과 담당 인력도 자동적으로 넘어가게 된다. 말하자면 농림축산부는 단순 생산업무에만 집중하라는 이야기다. 농식품부의 정원은 36% 줄어든 3152명으로 편제된다. 과거 거대 핵심부처로서의 위상은 크게 격하되리라는 점은 명약관화해 보인다.

그러면 정부 조직개편이 제주도 농정에 유불리를 따져보자. 주지하듯이 농림어업은 제주의 생명산업이다. 전체 산업 대비 1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 제주도다. 그러다보니 중앙정부의 농림 정책기조와 부처의 힘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제주 1차 산업에 유불리가 극명하게 갈린다.

그동안 도정은 MB정부 때 농림수산식품부의 위상 격상에 부응해 농정부서를 농축산식품국으로 개편했다. 식품산업과와 말산업육성계를 관련 부서에 신설하고 별도 부서로 수출진흥본부를 만들었다. 우근민 도정은 '수출 1조원 달성'을 최우선 목표로 내걸고 1차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한 것이다. 생산(1차)뿐만 아니라 가공(2차)과 유통(3차)을 연계한 6차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였
다.

그러나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식품산업 진흥과 안전성 관리업무가 같이 가야 하는 데 균형을 잃을까 우려스럽다. 제주도 입장에서 보면 진흥과 규제를 정부의 두 부처가 나눠서 관리하면 자칫 부처 간의 엇박자로 도 농정의 조직을 흔들어 버릴지도 모른다. 식품 안전성과 산업정책을 여러 부서로 분리하는 것은 업무의 비효율성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경제규모가 작은 제주도에서 식품의 안전성 문제는 단지 규제와 감시의 차원이 아니다. 안전성은 생산·가공·유통 등 전 산업을 함께 아울러야만 할 중요한 사안이기에 더욱 그렇다.

도 축정과의 축산물 위생 및 유통 부분, 동물위생시험소 방역위생과의 축산물 안전관리 부분, 수산정책과의 수산물 안전관리 등 상당부분의 업무가 식약처로 귀속된다. 일례로 축정과 소관업무 중 일부는 농림축산부에게 일부는 식약처로부터 관리와 통제를 받게 된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목전에 둔 시점이다. 제주도는 농산업의 6차산업화를 통해 FTA에 대응하고 신성장동력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중앙정부와의 원활한 소통을 하려면 또 다시 조직개편을 단행해야할 것인가. 도정은 무척 고민스러울 것이다.

정치권력의 이동은 현실 수용과 극복을 요구한다. 공무원의 유연성과 전문성은 이 때 필요한 것이다. 한 쪽 부서에서는 농산업 진흥이라는 당근을 주고 다른 쪽 부서에서는 식품안전(규제)을 목적으로 채찍을 줘서는 안 된다. 저마다 상급부서의 업무분장을 내세워 제 각각 따로 돌아가는 것은 보나마나다. 당근과 채찍을 담당 부서가 다 쥐고 있어야 두 마리의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다는 논리다. 농산업 진흥을 위해 공무원에게 규제의 칼을 빼앗으면 싸울 수 없다.

이 마당에 필자는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이른바 '동식물검역(SPS)'에 대한 특례규정을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그래야 제주도가 자주권을 가지고 독립된 검역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 섬이라는 지정학적 환경과 가축질병 청정화 지역, 그리고 특별자치도로서의 지위를 누리고 있지 않은가. 특별법이 정부조직법에 대응하고 FTA에 맞서 제주농업을 살리는 수단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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