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찬국 충남대학교 교수·논설위원

   
 
     
 
드림팀은 휴일 오전의 여유를 만끽하며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스포츠·예능 TV 프로그램인데 출연자들의 익살이 재미있을 뿐더러 스포츠 기량에 감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승복할 줄 아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마무리 멘트가 마음에 든다. 장애물 경기에서 아쉽게 탈락한 출연자가 상태가 더 나은 다른 사람에게 재도전 기회를 양보하는 모습은 보기 좋다.

대부분 스포츠 경기는 매번 결과가 깔끔히 정리되고 잘못된 판정은 대개의 경우 쉽게 알아볼 수 있기 때문에 시시비비의 여지가 작다. 반대로 잘 알려진 백설공주 동화에 등장하는 공주의 의붓어머니 왕비에서 드림팀의 승복에 대비되게 극단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마도 미모가 대단했던 왕비는 자신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이 있다는 거울의 판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오히려 '뚜껑'(?)이 열려 이제는 전 세계 어린아이들이 다 아는 악의 찬 모습을 보인다. 즉, 공주에게 독이 든 사과를 먹이려고 자신의 미모와 권좌까지 버리며 마귀할멈이 돼버리는 부분이다. 자신의 처지가 나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격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극단적인 처신을 보이는 행태의 예(例)라 하겠다.

주변의 소소한 분쟁에서도 여러 경우를 본다. 가끔 명백해 보이는 일인 것 같은데 시시비비가 쉽게 끝나지 않는 경우를 본다. 가장 큰 이유가 사회 구성원간의 분쟁은 드림팀 경기처럼 명백하고 공정하게 판명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친지 사이의 사적인 문제들을 제 3자가 공정하게 판정하는 것이 어려우니 해결이 쉽지 않다. 당사자들이 평정심을 잃고 심하게 집착하게 되면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나타나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비슷한 소재의 TV 드라마가 되풀이 되는 것을 보면 인간사의 한 부분인 모양이다.

그런데 이런 분쟁이 친지간의 범위를 넘어 지역사회나 국가적 차원에서 발생하면 파급효과가 커지고 피해자가 늘어 일이 복잡해진다. 이를테면 많은 사람들의 생업을 어렵게 하는 불편을 끼칠 수 있다. 이는 평소에도 교통이 복잡한 서울에서 시위대가 길을 막아 큰 길이 주차장으로 변신하는 현상을 겪어본 사람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회 전체로 보면 이런 불편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언론의 보도를 보면 나라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노동분쟁으로 인한 조업일수 손실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나라마다 차이가 난다. 왜 이런 차이가 존재할까. 아마도 두 가지가 이런 차이에 중요할 것 같다. 첫째는 분쟁 조정자의 공정성이다. 판정자가 편파적이라고 생각되면 쉽게 판정에 승복하지 못할 것이다. 두 번째는 분쟁 당사자들의 마음가짐이다. 드림팀 출연자와 백설공주 왕비의 예에서 보듯이 개개인의 태도도 중요하다. 공정한 판정도 당사자들이 수긍하지 않으면 모두 피곤해진다.

최근 지역에서 있었던 주요 개발 사업의 기공식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 해 동안 조심스럽게 추진돼온 사업이어서 본격적인 시작이 기대가 됐고 경사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행사장 가까이에서 요란한 반대집회가 열리는 것을 보았다. 정확히는 모르나 특별히 어려운 이슈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행여 이제는 제주지역에서 큰 사업이 추진되면 과정에 상관없이 끝까지 요란하게 반대하는 것이 관행이 돼버린 것은 아니었으면 한다. 갈등은 당장 짜증나는 일일 뿐만 아니라 되풀이 되면 지역사회 구성원을 가르는 골을 더 깊게 해서 지역의 역량집중이 더 어려워진다. 아울러 방문객,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는 역효과도 크다. 이런 폐단을 줄이려면 제주지역이 분쟁이 드문 곳이 돼야 하는데 풀어야할 숙제가 적지 않아 보인다. 이 과정에서 갈등해결 조정자의 공정성 확보와 더불어 개개인의 마음가짐을 돌아보는 노력도 꼭 병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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