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초토화작전으로 60여호 전소 폐허촌
4·3유적 복원 정비사업 지지부진 방치 상태

▲ 1949년 1월 군인들에 의해 초토화, '잃어버린 마을'이 된 제주시 화북1동 서쪽 바닷가 인근 곤을동 집터 현장. 잡풀과 돌담만이 마을의 흔전을 간직한 채 방치돼 있다. 강권종 기자
제주시 화북동 4440번지 일대 지금은 사라진 마을 곤을동. 4·3 당시 초토화작전이 한창이던 1949년 1월4일 국방경비대에 의해 주민들이 학살당하고 60여호 모두 전소, '폐허촌'이 됐다. 
 
중산간 마을이 아닌 해안마을이면서도 폐동, 잃어버린 마을의 상징이 된 곤을동은 그 역사적 중요성에 맞게 2005년 4·3역사 현장으로 복원계획까지 수립됐다. 
 
하지만 26일 찾은 곤을동은 마을 입구에 설치된 표지판만이 4·3유적지임을 알리고 있을뿐 마을터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 도착한 마을터는 그야말로 흔적만 남아있었다. 겹겹이 쌓여 있는 돌담과 무성한 잡풀로, 여느 해안가 풍경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면서 4·3유적지인지 구분조차 어려웠다. 
 
때문에 곤을동은 제주올레 18코스 가운데 일부로 많은 도민과 관광객들이 찾고 있지만 대다수의 탐방객들 역시 4·3을 떠올리지 못한 채 지나쳐 가고 있었다. 
 
이처럼 제주4·3 유적지 복원·정비사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역사·인권 교육장으로 활용돼야할 유적지가 방치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05년 제주4·3유적 종합정비 기본계획을 수립했으며 2007년 4·3중앙위 의결까지 얻음으로써 유적지 정비 사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정비계획에 따르면 146억6000여만원을 투입, 4·3관련 유적지 597곳 가운데 19곳을 정비하고 4·3교육현장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이에 지난 2009년까지 북촌 너븐숭이·섯알오름 학살터·낙선동 4·3성 등 3곳에 대한 복원·정비사업이 추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부터 유적지 정비를 위한 국고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4·3유적지 정비 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정비계획에 따르면 곤을동도 13억원을 투입해 초가와 집담 등이 복원돼야 하지만 아직까지도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오라리방화사건 현장, 다랑쉬굴 등 다른 중요 유적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다만 제주도 차원에서 지방비를 투입, 옛 주정공장터·수악 주둔소 등 일부 유적지에 대해 안내판 설치와 같은 부분적인 정비 사업만 실시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사업이 완료되지 않은 12곳의 제주4·3 유적지 복원·정비에는 60억원 가량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부에 내년 4·3 유적지 복원·정비 예산으로 국비 20억원을 신청하는 등 예산절충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권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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