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덕순 제주대학교 기획처장·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현대사회는 과거에 비해 사회구조와 사회구성원의 관계가 매우 복잡하다. 이로 인한 이해관계 역시 간단치 않으며 갈등 역시 매우 난해하다.

갈등의 유형도 과거에는 이념적이고 가치적인 갈등, 국가적 차원의 갈등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갈등당사자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한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국가적 차원보다는 지역적 차원에서의 갈등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권위주의적 독재체제 하에서 민주화 실현을 위한 국민과 정부 간의 갈등, 노동자와 기업 간의 갈등, 지역적 감정에 바탕을 둔 지역갈등 등이 주요한 사회적 갈등이었다. 그러나 문민정부의 시작과 더불어 민주화와 관련된 사회적 갈등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

반면에 국민들의 정책참여 기회가 확대되면서 정책과 관련된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 실시 후, 지역주민들의 권리의식이 신장되고 지역문제나 이해관계와 관련된 의사표출이나
집단적 민원 제기가 두드러지면서 이해 관계적 성향의 지역갈등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역갈등이란 지역내·외에서의 관련 당사자가 특정문제의 해결과 관련해 상호작용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립을 의미한다. 지역갈등은 피상적으로는 경제적인 이해관계와 관련된 사안들이 대부분이어서 제로섬게임의 성격이 강하므로 주로 갈등 당사자 간의 파괴적 성격이 강하다.

이로 인해 경제적 손실과 지역공동체 훼손이라는 부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지역갈등이 반드시 비용이나 손실을 초래하는 것만은 아니다. 지역갈등은 정책결정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오류를 사전에 방지하고 합리적인 정책결정을 촉진한다. 뿐만 아니라 갈등해소의 과정을 통해 주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의사를 반영함으로써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 궁극적으로는 지방자치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지역갈등의 비효율성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지역갈등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지역정책 수립과정에 있어 주민의 참여를 제도화해야 한다. 지역정책 수립과정에서 주민참여는 주민의 주체적 지위 인정, 계획 수립을 위한 의사결정의 합리화, 계획의 정당성 확보, 주민의 건전성 향상, 주민이해의 조정과 협동의 증진, 사회적 형평성 확보 등을 통해 지역갈등을 완화시켜 준다. 따라서 주민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주민의견 청취범위 확대, 지역정책의 목표설정단계에서부터 중립적 공청회 개최 운영 등이 요구된다,

둘째, 지역정책의 수립과정이 완전 공개돼야 한다. 행정정보의 공개는 주민과 행정 간에 신뢰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역동성을 가진 협력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 또한 주민의 행정 참여 등을 촉진시켜 지역갈등을 완화시켜 준다.

셋째, 충분한 손실보상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지역정책은 어떤 토지소유자에게는 개발이익을, 어떤 토지소유자에게는 개발손실을 발생케 한다. 따라서 특별손실기금을 설치해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이익과 손실의 공평한 분배, 충분한 보상, 부동산투기 억제 등의 효과도 도모할 수 있다.

넷째, 사회자본의 축적과 공동체의식을 함양해야 한다. 사회자본은 지역사회 구성원 사이의 네트워크를 통해 신뢰와 상호부조의 규범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사회자본은 사회의 정치·경제·사회의 어떤 영역이 됐든 협동적이고 집합적인 문제 해결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집합적 협력행위를 촉진시켜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 또한 공동체의식이 발달한 사회의 사람들은 사회집단 구성원으로서의 소속감, 연대감 그리고 책임감이 강해 공동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집단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따라서 사회자본 축적과 공동체의식 함양은 지역갈등 해결의 기초인프라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도 행정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갈등해결은 요원하다. 따라서 지역의 정책결정자들은 이점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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