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의 해방구 역할 문화예술축전
오늘 개막…역사 기록화 사업 '눈길'

▲ 2002년 3월31일 열린 '역사맞이 거리굿' 모습. 사진=사진으로 보는 제주의 역사2

한 사건에 대해 20년 동안이나 예술운동을 벌여왔고, 모든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집단이 창작물들을 만들어왔다는 사실은 모두가 주목할 만하다.

더욱이 제도적 지원이나 예산의 뒷받침이 따라 주지 않는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예술운동을 벌여왔던 지역이 '제주 섬', 바로 이 곳이라는 점은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유는 4·3이다. 4·3에 대해 소리를 내고 4·3희생자 유족들과 아픔을 공유하기 위해 지역 예술인들은 누구랄 것 없이 뜻을 모았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지금 4·3문화예술축전의 시작점인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제주도지회(이사장 박경훈)의 4·3예술제다.

4·3예술제에서는 소설 한 권으로도 모자랄 4·3의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고, 마당굿판을 찾아와 4·3의 역사를 간접으로나마 경험하기도 했다.

특히나 문학·미술·음악·마당극 등 장르의 구분 없이 지역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당시 '금기의 영역'이나 마찬가지였던 4·3의 해방구 역할로 작용했다.

그렇게 20년이 지났고, 올해 성년을 맞았다. 이름은 '4·3문화예술축전'으로 바뀌었다지만 여전히 4·3을 예술로 승화하며 기일에 제를 지내듯 매년 도민들을 마주하고 있다.

'저 산 위에 아름다운 꽃그늘 아래'가 이번 20주년의 주제다. 4·3예술의 20년을 기억하는 의미로 미술제와 거리굿 등도 빼놓을 순 없지만 그간의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기록작업이 눈에 띈다.

3일 오후 7시 제주도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기념식 및 음악회가 열리며 3일부터 7일까지는 도문예회관 제2전시실에서 ㈔탐라사진가협의회의 사진전, 19일 제주시열린정보센터 6층에서 '4·3문화예술축전 20년, 회고와 전망'을 살피는 심포지엄이 잇따라 개최된다.

그리고 4·3예술제의 시작점에 같이 섰던 ㈔탐라미술인협회의 제20회 4·3미술제 '굉, 여러개의 시선들'이 25일부터 5월31일까지 4·3평화기념관 예술전시실에서 열리는 등 성년의 의미를 더하게 된다.

박경훈 이사장은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4·3예술에 대한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여전히 격동기인 4·3예술이 성년을 계기로 도약기로 전환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문의=758-0331. 고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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