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문화예술인들 '4·3 관심 환기' 뜻 모아
촬영내내 제작비 부족…배우 개런티도 못줘
4·3 문화콘텐츠 행정과 지역사회 관심 필요

제주4·3을 다룬 영화 '지슬'(감독 오 멸)이 관객 7만 명을 모았다. 독립영화의 흥행 기준이라는 '2만 명'을 훨씬 넘긴 것으로, 이 추세라면 '10만 명' 돌파도 어렵지 않다는 게 영화계 전망이다. '지슬'의 흥행은 단순 '숫자' 기록으로 그치지 않는다. 제주 출신의 감독과 배우, 스태프들이 만들어냈다는 점과 전국은 물론 전 세계에 4·3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도 영화가 갖는 의미는 크다.
 
▲ 주민들이 토벌대를 피해 동굴로 피신한 장면을 촬영하고 있는 오멸 감독과 배우들.
■ 영화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의 제작 과정
 
영화 '지슬'의 전체 제목은 '지슬-끝나지 않은 세월2'다.
 
지난 2005년 4·3을 다룬 첫 장편독립영화 고 김경률 감독의 '끝나지 않은 세월'의 연속으로, 전국 개봉을 하지 못한 채 숨진 김 감독의 뜻을 기리기 위함이다. 
 
여기에 '지슬' 제작 이유가 한 가지 더 붙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 사과 이후 정부 차원의 4·3후속조치가 미흡했을 뿐더러 잘못된 역사 교육으로 도민들의 상처가 커져만 가는 상황에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나서 4·3관심 환기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모아졌던 것이다. 
 
저예산에 제작환경도 열악했지만 4·3을 알려야 한다는 이 같은 의지로 '지슬'은 지난 2011년 12월22일 성산포 터진목에서 크랭크인했다. 
 
영화 촬영에 들어갔을 때가 겨울이었던 만큼 제작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곶자왈·동굴 등에서 촬영하는 신에서는 강추위에 배우가 1주일동안이나 폐렴에 걸리기도 했고, 야외에서 종일 진행되는 촬영 탓에 몸이 얼어붙지만 이를 녹일 공간도 없었다. 
 
단체 신 촬영에는 예산 부족 등으로 배우들을 모두 섭외하기가 어려워 촬영을 구경왔던 제작진들의 지인들이 배우로 투입됐는가 하면 촬영·조명 스태프들이 옷만 갈아입고는 배우로 카메라 앞에 서기도 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제작비 문제였다. 
 
1차 촬영을 마무리한 2012년 2월에는 이미 1억2000여만원의 예산이 바닥이 났다. 편집과 CG작업, 음악 작곡 등의 작업이 남았지만 초기 자본을 빚으로 시작한터라 더이상 돈을 빌리기에도 무리였다. 
 
다행히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펀드(ACF) 장편독립영화 후반작업 지원펀드 부문에 선정되면서 숨통은 트였지만 부족한 제작비를 모두 감당할 수 없어, 소셜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후원금 모집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4관왕과 미국 선댄스 영화제 최고상, 프랑스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최고상 수상 등 잇따른 수상과 '7만 관객' 돌파로 흥행몰이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 아직도 배우들 개런티는 물론 빚을 청산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열악한 '지슬'의 제작 환경은 최근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다시 조명받고 있다. 4·3을 전국은 물론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문화콘텐츠에 대한 제주도의 지원 시스템이 허술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제작사측 역시 이번을 계기로 4·3을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개발, 지원하는 작업에 행정은 물론 지역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그간의 아쉬움을 표했다. 
 
영화 제작사 자파리필름의 고혁진 프로듀서는 "사회에서 냉대 받아왔던 '4·3'을 이슈로 끌어올리는 데 지슬이 그 역할을 해냈다면 이제는 지역사회 모두가 나서야 할때"라며 "도가니법이 만들어진 것처럼 영화 '지슬'이 촉발시켰던 일들이 의미를 갖고 또 사회 영향을 미치는 힘으로 작용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고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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