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규 제주대학교 전산통계학과 교수·논설위원

   
 
     
 
박근혜 정부가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국회를 통과했지만 왠지 개운치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첫 부처 장관으로 지명됐던 김종훈 내정자의 자진 사퇴부터 방송법 관련 여야의 불협화음 등 참으로 산 넘고 산 넘은 격이다. 그러나 이런 우여곡절은 아마도 그 만큼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역할이 우리에게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IT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IT기술의 타 분야에 대한 접목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시급한 시기에, 그 동안 흩어져 있던 ICT관련 분야의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을 할 정부 부처는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제 미래장조과학부는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가게 될 것이고, 적어도 향후 5년간의 아마도 ICT 및 과학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기획, 정책 시행 및 조정을 하게 될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또한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한마디로 '창조경제론, ICT융합'으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새 정부의 의지 또한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국가적인 정책방향을 제주의 발전을 위해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명확히 해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ICT분야에서의 제주가 가지는 장·단점을 면밀히 분석해 보고 장점을 살리면서 단점을 보완하는 산업적 전략의 수립이 필요한 것이다.

제주는 ICT관련 제조업이 매우 영세하다는 것은 도민 누구나 공감하고 있으며 특히 지역의 ICT관련
연구자, 산업체 종사자 및 정책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의 관련자들은 더욱 그렇게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제주의 여건상 다른 시도가 진행 중인 디스플레이·플랫폼·H/W 분야는 육성에 어려움이 있다. 이런 산업을 추진 중인 곳은 대부분 삼성, LG 등 대기업이 있는 곳으로 충분한 인프라를 보유한 곳이다.

이에 비해 제주도는 지역의 CT/IT기업 대부분이 콘텐츠, S/W관련의 영세한 중소기업이 전부다. 이런 여건을 고려해서 우리 실정에 적합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옛말에 '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려다 다리가 찢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제 본론으로 들어와서 그럼 새 정부의 의지를 반영할 수 있고 제주에 맞는 ICT융합 전략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해보자.

필자는 문화콘텐츠 분야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활용가치가 높은 문화요소로써 그리스 신화에 버금가는 1만8000의 신화와 제주만의 독특한 해양문화 유적 및 문화, 그리고 유네스코 3관왕 달성한 자연과 환경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무형의 문화요소를 문화형 콘텐츠 산업과 연계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주의 다양한 신들에 대한 스토리를 통한 간접체험이 가능하다고 할 때에는 그 산업적 가치가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문화콘텐츠 산업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러한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장벽을 넘어서야 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제주의 ICT산업 전반은 창조적 생산보다는 서비스분야에 치중하는 왜곡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 문화콘텐츠 산업의 육성에 필수적인 애니메이션·모바일콘텐츠·디지털콘텐츠 분야가 취약하다. 제주가 새 정부의 정책에 맞춰 지역의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실질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산업의 육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해본다.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기술과 접목된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다행이 콘텐츠 관련 신기술에 대해서는 제주도에 충분한 기술기반이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구축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화와 기술을 합쳐 새로운 가치산업을 창출하면 제주의 ICT융합·콘텐츠 산업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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