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연구소 「구술자료」발간…애월읍 거주자 증언
빌레못굴 생존·사투 등 기록, 공백의 역사 채울 조각

억새 숲에서, 바다에서, 한라산에서 행방불명 된 사람들이 있었고, 억울한 죽음들이 있었고 또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온 사람들이 있었다.

한 때 애써 감춰야 했던 상처였던 것들이 기록으로 역사가 됐다. 그 과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마차 퍼즐을 맞추듯 기억의 조각들을 이어붙여 제주 4·3 은 현재가 되고 있다.

제주4 3연구소(소장 김창후)가 제주4 3 구술자료 총서 5·6권을 발간했다.

당시를 경험했던 애월읍 지역 거주자 33인의 기억들은 「다시 하귀중학원을 기억하며」(5권)와 「빌레못굴, 그 캄캄한 어둠속에서」(6권)로 정리됐다.

"4 3? 되돌아보면 지긋지긋하지. 딴 생각이 안 들어.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이지. 인간으로서"

당시 중학생이었던 진운경 할머니(77)는 4·3을 감히 사람 이면 할수 없는 일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소개령을 피해 빌레못굴로 숨어들었던 마을주민들이 굴이 발각되며 모두 죽임을 당했다(빌레못 학살 사건)는 말에 한달음에 달려갔던 할머니는 사춘기 소녀로는 감당하기 힘든 참혹한 현장과 마주했다.

당시 28살, 꽃같은 외모가 늘 부러웠던 외숙모와 생후 7개월된 외조카의 처참하고도 차가운 시신을 진 할머니는 거의 맨손으로 수습했다. 당시 그 기억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빌레못굴로 피신해 있던 사람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 양태병 할아버지(85)는 경찰이 잔혹하게 어린 아이의 목숨을 뺏었던 상황과 '강규남'이라는 사람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던 일을 기록으로 남겼다.

양경숙 할머니(77)는 4·3의 소용돌이 속에서 동네 청년들에게 회의 장소로 자기 집을 빌려주었다는 혐의로 체포돼, 온갖 고문을 받았던 일을 털어놨다. 끝내 청년들의 이름은 발설하지 않았
지만 대신 그 후유증으로 모진 삶을 살아야 했던 사정은 눈물과 활자로 범벅이 됐다.

김창후 소장은 "이 책들을 통해 4·3의 대중화와 4·3연구의 확대, 피해 실태 규명, 피해자나 유족들의 4·3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의=756-4325. 고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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