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녀 시인 「고른베기」
추억 돋는 '삽화'도 재미

▲ 황금녀 시인
'독 독/ 올레문을 욜아라/ 솔랑솔랑 봄바름/ 들어왐져// 독 독/ 정짓문을 욜아라/ 속 버무리 뜨끈뜨끈/ 속 냄살이 퐁퐁'('아이덜 봄놀이허멍' 중)
 
제주어가 귀에 소곤소곤 들린다. 귀에 익은 말들은 아니지만 '퐁퐁' '솔랑솔랑', 따라 읊조리게 된다. 
 
사람들의 입에서 어느새 부턴가 사라진 제주어를 자신의 입을 빌어 알리고 지키겠다는 팔순의 할머니가 아이들 시선에 맞춰 제주어 동시집을 펴냈다.
 
황금녀 시인(74)의  「고른베기」가 바로 그것. 
 
잊혀가는 제주어만 녹아들었을까, 지금의 아이들은 낯선 제주의 풍경들까지도 '동시'에 담겼다. 
 
아기구덕을 흔들며 불렀던 '자랑자랑 왕이 자랑' 자장가를 떠올리는 '아기구덕 흥글멍'과 감귤 밭을 감싸고 있는 '폭낭'(팽나무) 아래 더위를 피해 친구들과 누워있던 그 때를 기억하는 '폭낭'이 정감이 간다. 
 
동시에 어울리는 삽화들을 황 시인이 직접 그려 넣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기는 할머니가 손자를 그리며 그려넣은 듯 하다. 
 
그리고 손자를 무릎에 앉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가 생각나게 하듯 황 시인의 육성 시낭송 CD가 수록돼, 눈길을 끈다. 
 
황 시인은 "아이들이 아름다운 제주어를 사랑하고 지킴이로 성장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주어 동시집을 내놓는다"며 "읽는 이들에게 제주어가 스며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도서출판 각·1만2000원. 고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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