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어린이재단 공동기획, 단비] 21. 한부모가정 지선이네

올해 11살 지선이(여·가명)의 꿈은 의사다. 예기치 않은 추락사고로 몸을 움직이지 못해 침대에만 누워지내고 있는 어머니를 낫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된 꿈이다. 한창 부모와 함께 해보고 싶은 것이 많을 법도 한데 투정 한번 부리지 않고 어머니 곁에서 손발이 돼 드린다. 불편한 몸 탓에 어린 딸에게 아무것도 해 줄수 없는 현실에 어머니는 오늘도 남몰래 눈물을 훔친다.
 
▲ 방 한켠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누워있는 침대 옆에서 지선이가 엎드린 채 혼자 숙제를 하고 있다.
거동 못하는 엄마
주위 도움으로 생활
"공부할 환경 아쉬워"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지선이는 가정 먼저 침대에 누워있는 어머니의 몸 상태를 살핀다.
 
활동보조인이 어머니를 돌봐주고 있기는 하나 혹시나 아픈데는 없는지 걱정스런 마음에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만 마음이 놓인다.
 
지선이는 몸을 가눌 수 없는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 정리부터 간호까지 알아서 하는데다 활동보조인이 돌아가고 나면 지선이 혼자서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지선이 어머니(37)는 지선이가 3살때인 2005년 친구 집에 놀러갔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추락사고 이후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아 현재 하루종일 침대에만 누워지내고 있는 등 전혀 거동을 못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선이 아버지는 사고 후 예전에 살고 있던 집 전세금을 가지고 나간 뒤 연락이 두절돼 아버지 없이 단 둘이 지내고 있다.
 
가까스로 친인척의 도움을 받아 식당을 하던 곳에서 지내고 있기는 하나 방1칸짜리 좁은 공간에서 하루하루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
 
게다가 바깥 나들이는 고사하고 또래 아이들처럼 학원 하나 보내지 못하고 있는데다 공부방도 없어 어머니가 누워있는 침대 밑이 지선이의 학습 공간이다.
 
정부보조금으로 간신히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는 터라 지선이를 위한 다른 지원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아픈 어머니를 보며 빨리 커서 의사가 돼 어머니를 치료해 주고 학교도 같이 가고 놀러도 가고 싶다는 지선이의 바람에 어머니는 가슴이 미어진다.
 
지선이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착한 딸 아이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며 "의사의 꿈을 이룰 수 있게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라도 마련해 주고 싶지만 지금의 형편에 허황된 소원이 아닌가라는 생각만 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후원 및 재능기부 문의=753-3703(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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