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시각장애인 가이드러너 참여 등 선행
㈜한라산 후원단체 동반참여 등 나눔 눈길

▲ 21일 열린 2013 평화의 섬 제주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시·청각 중복 장애인마라토너와 함께 달린 가이드러너들. 사진 왼쪽부터 양수진·김영민·한봉훈·이관우·서옥순씨. 특별취재반
'We ♥'로 대표되는 긍정 바이러스가 '평화'의 의미를 새로 썼다. 단순히 '전쟁' 등 부정적 단어의 반대말이 아니라 저 마다의 자리에서 최선을 나누는 것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을 '평화'에 포함시켰다. 올해로 10 번째 제주 섬의 아픈 상처 '4·3'을 위무하고, 화해와 상생으로 연결해온 제민일보의 '평화의 섬 제주국제마라톤대회'가 만든 작은 기적이다.
 
21일 출발을 채 30여분도 남기지 않은 시각 다급한 안내 멘트가 주대회장인 애향운동장을 흔들었다. 시각장애인 참가자를 위한 도우미를 구하는 목소리에 김영민씨(43·서귀포마라톤클럽)가 손을 들었다. 하프에 도전하려던 계획까지 현장에서 변경하면서 제주사랑 시각장애인 마라톤클럽 소속 한봉훈씨(47)의 짝이 됐다. 김씨는 "혼자 뛰는 것 보다 여럿이 함께 뛰면 더 즐겁다"는 말로 쉽지 않았던 결정을 설명했다. 시·청각 중복 장애를 갖고 있는 한씨는 시력을 완전 잃은 지 올해로 14년째지만 현재 도 장애인육상팀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한씨는 "제민일보 마라톤 대회가 나에게는 특별하다"며 "처음은 공식 대회 참가 기회를, 그리고 이번은 삶의 의미를 알게 하는 인연을 만나게 해준 대회"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서옥순씨(52·서귀포마라톤클럽)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동반주자로 대회에 참가했다. 이번은 지난 1년여 간 호흡을 맞춘 이관우씨(63·제주사랑 시각장애인 마라톤클럽)가 파트너다. 기록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동반주자 없이는 대회 참가가 불가능한 이 씨를 위해 편하게 레이스를 펼쳤다.
 
양수진 서부경찰서 형사과장은 '엉겁결'에 가이드러너가 됐다. 한참 10㎞를 달리던 중 역시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강진희씨(40·제주사랑 시각장애인 마라톤클럽)의 도움 요청을 받고 함께 결승점을 통과했다. 양 형사과장은 "운동장 입구를 묻기 전까지 장애가 있는 것조차 몰랐다"며 "입구를 가르쳐 준 뒤에는 솔직히 지기 싫어 열심히 뛰었다.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 ㈜한라산은 그동안 인연을 맺어온 가정위탁지원센터와 함께 팀을 꾸려 눈길을 끌었다. 특별취재반
이번 대회에 처음으로 단체 참가한 제주특별자치도가정위탁지원센터(소장 강철남)의 뒤에는 ㈜한라산(대표이사 현재웅)이 있었다. 대회 참가 준비를 하면서 그동안 인연을 맺어온 가정위탁지원센터에 '동행'을 청했고, 한 팀을 꾸렸다. ㈜한라산은 대회 참가자들을 위해 직접 만든 어묵탕을 무료로 제공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현재웅 대표이사는 "이왕이면 많은 사람들이 의미있는 시간을 나눴으면 하는 생각에서 직원들 외에 인연을 맺은 단체들의 동반 참여를 유도하게 됐다"며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관심을 나누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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