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 제주지역 소비지표 미스터리

도·산학단 전통시장 매출조사 결과 지난해 성장·선전 평가
대형소매점 등 '불경기형 소비' 뚜렷해…정확한 분석 우선
 
지역 경기 곳곳에 '불황'을 우려하는 비상 신호가 켜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 소비를 가늠하는 지표가 저마다 다른 방향을 향하면서 도민들의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전통시장 매출 늘었다는데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 14일 발표한 '제주지역 전통시장 매출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전통시장의 1일 평균 매출액은 1만2680원으로 2011년 1만1548원에 비해 9.8%(1132원) 늘었다. 도내 전통시장의 1일 평균 방문객은 4108명으로 2011년 3707명에 비해 10.8% 증가했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도와 제주대 산학협력단은 제주 올레와의 연계와 취급 품목 특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신 유통경쟁 구조 안에서 선전했다는 고무적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분석은 단순한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11년 28개던 조사 대상 전통시장은 지난해 24개로 줄었다. 화북·신산 등 전체 시장 동향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하던 4개 시장을 '시장 기능 상실' 등의 이유로 제외했다.
 
지역 전통시장의 판매시점관리(POS)단말기 설치율이 0.2%에 불과한 상황에서 산출한 일평균매출액과 이용객 집계는 체감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전통시장 구매 비중이 높은 농산물(곡물·과실·채소 등, 64.8%)과 수산물(53.5%)이 태풍 등 기후변화 여파로 생산·어획량이 줄어들면서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의 변화가 반영되지 않은 분석은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불경기 소비 뚜렷…정책 개선 절실
 
호남지방통계청이 같은 날 발표한 지역실물동향은 '불경기형 소비'를 반영하고 있다. 제주 지역 대형소매점(매장면적 3000㎡ 이상)의 판매증감률은 지난해 3분기 이후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대형매장 의무휴업일 도입 효과가 반영된 때문도 있지만 사실상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3분기 전년 동기에 비해 -2.9%나 줄었던 대형소매점 판매액은 4분기 -8.0%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서도 1월 -13.5%로 낙폭을 키우는 등 고전하다 3월 회복세를 타며 1분기 -4.9%를 기록하는 것으로 한시름을 놨다.
 
이 같은 흐름이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은 관련 경기 지표의 영향력이 미미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제주지역 취업자수는 자영업자 증가 등의 영향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생산 역시 지난해 4분기 -5.8%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전년 동기에 비해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꾸준한 인구 유입으로 인한 성장 가능성까지 확대되고 있지만 유독 소비 지표만큼은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복합적인 요소를 반영하지 않은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점이다.
 
시장경영진흥원 관계자는 "문화관광시장도 차별화나 자생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일방적인 정책자금 투입 이상의 효과가 없다"며 "정확한 지역 상권 실태 분석을 통한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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