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남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해마다 1월 하순에 스위스의 다보스(Davos)에서 열려, '다보스포럼'으로 널리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의 창설자이자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독일 루벤스부르크에서 스위스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독일식 교육 아래 소년시절을 보낸 슈밥은 스위스에서 공학과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공공정책을 전공했다. 유럽과 미국 간의 차이점을 체험한 슈밥이 대서양 양쪽의 리더들이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면서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비즈니스 특강을 마련한 데서 다보스포럼은 탄생한다.

1971년 '유럽경영포럼'으로 출발한 제1회 포럼의 참가자는 140명이었다. 이것이 1987년 '세계경제포럼'으로 이름을 바꾸고 경제·경영뿐 아니라 정치와 문화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거듭 넓혀, 지금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리더 2500명이 운집하는 가장 권위 있는 포럼으로 성장한 것이다.

세계 거물들이 자리를 함께하다 보니 중대발언이 나오고 극비리에 수뇌회담이 열리기도 해 다보스포럼에서 국제적 갈등이 해결된 사례도 적지 않다. 영토 분쟁으로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던 그리스와 터키가 1988년 다보스에서 평화적인 해결책을 찾았는가 하면, 1992년 남아공 대통령 데클레르크와 흑인 지도자 만델라가 다보스포럼에서 민주적인 정권이양에 합의하기도 했다.

매년 4월 중국 하이난성의 휴양도시 보아오에서 열리는 보아오포럼의 정식명칭은 '아시아 보아오포럼(Boao Forum for Asia)'이다. 1998년 라모스 전 필리핀 대통령과 호크 전 호주 총리, 호소카와 전 일본 총리 등의 포럼 창설 제안에 중국이 적극 호응해 2002년 제1차 보아오포럼이 열렸다. 보아오포럼이 애초에 내건 기치는 아시아의 경제 협력이었지만, 점차 국제관계·정치·사회·문화·환경 이슈들로 주제가 확장돼 왔다.

지난달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12차 보아오포럼의 개막연설에서 "어느 일방이 자신의 개별적 이익을 위해 지역이나 세계를 혼란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언급하자, 세계 매스컴은 '자기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가 어느 나라를 지칭하는 것인지를 놓고 분석에 골몰했다. 또 보아오포럼에 함께 참석한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은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고 중국 여성의 이미지를 높이기도 했다. 이렇듯 중국에 있어 보아오포럼 개최는 '책임 대국'의 국가 브랜드, '아시아 선도 국가'의 이미지를 키우기 위한 소프트파워 전략의 발현인 셈이다.

한편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약칭 '제주포럼')'을 다보스포럼과 같은 세계적 포럼으로 반석에 올려놓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1월 '제주포럼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 공포했다.

이에 따라 2001년 창설돼 격년제로 치러져온 제주포럼은 연례화되고, 제주평화연구원에 제주포럼 사무국이 설치되는 등 제도화의 길을 걷게 됐다.

세종연구소의 정상화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보아오포럼 관련 페이퍼에서 "제주포럼은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정치·기업·문화·학계 대표의 토론 프로세스로 기능하고 있지만, 그 위상은 아직 보아오포럼에 못 미친다"고 평한 바 있다.

다보스포럼에 참가하는 요인 경호 등을 위해 스위스 정부는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가 하면, 중국은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보아오포럼을 육성하고 있다. 제주포럼 또한 명실상부한 세계적 포럼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민관 합심의 비상한 노력이 요청된다. 무엇보다 제주포럼에 대한 범도민적 성원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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