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 날다 꿈꾸다」(글 권지희·사진 김성헌)=한지는 한국의 종이(紙)라는 답을 먼저 알고 읽는 책이다. 그저 흘러간 옛날의 물건도, 일반인들이 쉽게 구매할 수 없는 값비싼 상품도 아닌 우리나라 고유 제조법으로 만든 종이라는 정의가 내려진다. 오늘날, 한지는 조용한 곳에서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 기계에서 만들어지는 '가짜' 한지가 아닌, 사람의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지는 '진짜' 한지를 만들고 있다. 이 책은 평생을 '진짜' 한지를 만들며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는 한편, 그들이 한지를 만드는 과정을 상세히 보여주고 있다. '진짜' 한지를 만드는 사람들은 완주 대승한지마을의 10인의 장인들이다. 한지와 평생을 함께하며 한지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이들의 삶은 살아있는 대한민국 한지의 역사이며 기록이라고 전한다. 한지가 가지고 있는 많은 역사와 스토리를 들여다보자. 해피스토리·1만7000원. 
 
「임진왜란 비겁한 승리」(김연수 저)=저자는 임진왜란을 부끄러운 역사라고 말한다. 전작인 「조선 지식인의 위선」을 통해 퇴계와 율곡 등 유학자들이 조선의 정치를 '망쳤다'라고 말했던 저자는 이 책에선 조선의 정치의 참혹한 결과물이 바로 임진왜란임을 강조하고 있다. 임진왜란이 있기 전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건너간 황윤길은 "필시 병화가 있을 것"이라고 김성일은 "그러한 정상은 발견하지 못했다"며 보고한 가운데, 당시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동인의 김성일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조선은 무방비 상태로 왜란을 당했을 수 밖에 없다는 게 역사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조선의 임금과 조정, 일반 백성 모두가 일본이 곧 쳐들어올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전작에서부터 줄기차게 제기했던 '주자학이 조선에 불러온 폐해'라고 강조한다. 앨피·1만6000원. 
 

「베를린 대왕」(호어스트 에버스 저·문항심 옮김)=「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에서 엉뚱하고 게으른 유머로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호어스트 에버스가 장편소설, 그것도 스릴러 소설로 돌아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심지어는 극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때조차 툭 터져 나와 독자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능청스러운 유머는 이 책을 전례 없는 '코믹 스릴러' 소설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어리버리 경찰 라너가 두 건의 살인 사건을 좌충우돌 해결해 나가면서 얽히고 설킨 베를린 인사들의 이해관계, 화려한 표면 뒤에 가려진 베를린의 진짜 모습과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저자는 희비극이 뒤섞인 난장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들에게 상큼한 웃음을 안겨준다. 뛰어난 위트와 숨 막히는 긴장감, 허를 찌르는 스토리가 새로운 활력소로 다가온다. 도서출판 은행나무·1만4000원.
 
「너는 어떤 씨앗이니」(최숙희 글·그림)='씨앗이 씨앗이/ 바람에 흩날리던 씨앗이// 거친 들에 뿌리 내려/ 민들레로 피었네' 저마다 다른 색깔, 다른 모양의 꽃을 피울 소중한 씨앗 같은 아이들을 위한 희망의 노래가 그림책으로 불린다. 작가는 이제 막 대학생이 되어 엄마 품을 떠나려 하는 아들과 도서관, 초등학교를 방문하면서 만난 아이들의 눈빛을 떠올렸고 '모든 아이들은 저마다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씨앗'이라는 말을 되새겼다. 작가는 노랫말 같은 글과 아름다운 그림을 통해 다시 한번 이 소중한 진실을 일깨워 주고 싶었다. 또한 어른들이 혹시 아이들에게 똑같이 매끈매끈 잘생긴 씨앗이기를 바라지는 않았는지, 똑같이 남들보다 튀는 화려한 꽃이기를 바라지는 않았는지 되짚어 보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너는 꽃을 품은 씨앗이야'라고 따뜻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아이에게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권유한다. 책읽는곰·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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