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농업경쟁력 이제는 '유통'이다

▲ 오는 6월 준공 예정인 농협 안성물류센터 조감도. 제주산 월동채소 유통처리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되고 있다.
농가 조직화 중요 '제주조공법인' 부각
기획 영농 및 소비자 맞춤형 전략 절실
친환경농산물 차별화한 판로 확보 관건
 
농산물 유통 시장에 대대적 변화가 예고됐다. 기획재정부가 27일 발표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종합대책'의 골자는 새 유통 경로 도입을 통해 기존 유통 경로와 경쟁시키는 것으로 높은 유통비용과 가격변동성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농업발전포럼은 이런 농업 유통 환경 변화에 따른 지역 차원의 대처법을 찾고 실제 적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구성됐다. 본격 가동에 앞서 지난 21~22일 6월 문을 열 예정인 농협안성물류센터와 이마트 후레쉬센터 등 대형 물류기지와 법인 형태의 전처리시설, 로컬푸드 직매장 등을 둘러보고 제주의 대응 방안을 검토했다.
 
# 제주조공법인 역할론 부각
 
정부 대책의 핵심은 경매 일변도의 기존 유통 구조 대신 현재 시범실시 중인 정가·수의 매매 비중을 2016년까지 20% 끌어올려 도매 시장 가격 결정방식을 다양화한다는 데 있다. 그간 중개 기능만을 담당해온 도매법인이 정가·수의 매매를 하는 것을 전제로 농산물을 직접 구매하고 저장·가공·물류까지 사업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해 현재 7단계의 유통구조를 최저 4단계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관건은 현재 지역 농가들 대부분이 규모가 영세하고 조직화돼 있지 않아 직접 정가나 수의 계약을 맺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올해 3년차인 제주지역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제주조공법인)의 역할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제주조공법인은 당초 정부 사업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으로 구성됐지만 지금까지 수출거점산지유통센터(APC) 확보 이상의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변화중인 유통 환경을 감안할 때 제주조공법인의 활약 여부에 따라 제주 농업의 경쟁력이 좌지우지 될 수도 있다.
 
 
# 산지·유통처리 명확한 역할 분담
 
농산물 유통에 있어 한계로 지적됐던 부분 중 하나는 선별과 포장, 출고 등의 역할 분담이다. 농가는 물론이고 지역농협 차원에서 이들 부분을 해소하기에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함께 인력 확보, 무엇보다 섬이란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결국 일정 수준의 처리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감귤에 APC시설이 집중되는 불균형으로 상대적으로 출하시기나 품목 다변화 등으로 경쟁력을 인정받는 채소류 처리에 대한 관심은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 문제는 조만간 상당부분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올 6월 준공 예정인 농협안성농식품물류센터는 지하 1층·지상 3층, 건축 면적만 약 5만9000㎡(1만8000평)으로 국제규격 축구장 3개를 합친 정도의 규모를 갖추고 있다.
 
농작물 입하부터 선별, 포장, 출고까지 일괄시스템으로 관리하는 등 지역 에서는 농산물의 1차 선별과 벌크 단위 등 대량 운송으로 포장 및 운송비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제주의 경우 현재 추진중인 평택항 물류기지에게 30~40분 거리에 위치, 대단위 2차 소분 작업 등 소비지 소포장 방안 등이 원만히 이뤄질 경우 지역 농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됐다.
 
김상수 농협안성농식품물류팀장은 "월동채소의 경우 제주산 의존도가 높은 만큼 앞으로 유기적인 협력체제 구축이 센터 운영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산지APC 기능은 인정하는 범위에서 소포장 등 시장 경쟁력 부분을 책임지는 것으로 상생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 농협 개입 한계·시장 다변화 인정 우선
 
나홀로가구·맞벌이 부부 등 1~2인 가구의 증가로 농산물 시장에서도 적잖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소포장 농산물외에도 신선편이 농산물(전처리 농산물), 고품질·안전 농산물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외식문화 활성화에 따른 식자재 납품이 틈새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결국 농산물 역시 고품질에 이어 가공과 포장을 통한 2차 상품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다시 선택과 집중, 그에 따른 농가 차원의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는 점이 현장 관계자들의 중론이었다.
 
지난 2006년 전처리채소 '자연마춤'을 중심으로 한 농산물신선편이센터를 가동한 안성지역농협사업연합은 중요한 과제를 던진다.
 
농산물 원물 판매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출발했지만 지역 농산물이 연중 수급되지 않은데다 고품질 농산물에 대한 평가가 소홀했던 탓에 사실상 수익 구조를 맞추기 어렵게 됐다. 한해 매출 230억원 규모의 농산물을 처리하고 있지만 수익은 거의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지난해부터 손실이 큰 친환경농산물 부분을 제외하고 대신 원물 사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농산물 매입 비용과 인건비 등을 보전하고 나면 적자를 면키 어렵다.
 
▲ 남양주 신선미세상 농업유통법인의 삶은 고사리 포장 작업. 고 미 기자
상대적으로 기획영농·경영이 가능한 전처리업체들의 약진은 눈에 띈다. 엽채류를 주로 취급하고 있는 마산유통(경기 안성)과 농업회사법인 신선미세상(경기 남양주) 등은 소포장 사업을 중심으로 연간 150억~3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들 업체는 깻잎·상추·청경채 등을 세척한 뒤 소포장 하거나 고사리·시래기 등 데친 나물류를 포장 판매하는 것으로 틈새를 장악하고 있다. 
 
▲ 마산유통의 엽채류 소포장 작업 현장. 최근1·2인용 소포장이 대세다. 고 미 기자
마산유통의 경우 1·2인 가구를 겨냥한 '쌈채소 모듬' 등의 상품을 개발해 대형매장에 납품하고 있는가 하면, 신선미세상은 대형매장 내 직영 판매대 운영으로 매입한 농산물을 처리하는 등 차별화하고 있다.
 
40~60명의 포장전담인력 외에 자체 저온시설과 잔류농약검사실 등을 갖추는 등 전문성을 강조하고 지역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지역산업 특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농업과 유통 연계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확인 시켰다.
 
이들 업체들에서는 공통적으로 고품질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주문했다. 신재민 신선미세상유통 이사는 "농산물 시장은 출하량 조절이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가격 조정이 어려운 상황에 생산에서 산지폐기 등 출하량을 조정할 수 있을 정도의 기획영농이 가능하다면 가격결정력 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농가가 가격 결정에서 재고관리까지
 
▲ 김포농협 로컬푸드 직거래 매장. 고 미 기자
유통구조 개선 등에 치우치면서 친환경농산물의 위치가 불편해졌다. 안성 농산물신선편이센터가 한해 100억원 상당의 친환경농산물 매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전처리 이전까지 상품율이 떨어지는 등 적자폭이 커진 데 있다. 신선미세상 역시 친환경농산물 취급 비율을 계속해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 김포농협 로컬푸드 직거래 매장에서는 생산자 역할 강조를 위해 스마트 관리시스템을 도입했다. 고 미 기자
이들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로컬푸드 직매장'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개념에 덧붙여 가격결정과 유통처리까지 전 과정을 생산자가 직접 관리하는 형태를 접목하는 것은 현재 전북 완주 용진농협에 이어 김포농협에서 시행하고 있다. 
 
이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농가가 직접 생산물을 관리하고 소비자로부터 직접 장점과 문제점을 듣는 것으로 개선이 가능하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선결과제도 있다. 김포농협 로컬푸드 역시 수차례 교육을 통해 농가 역할을 강조했지만 아직까지 가격 결정이나 재고 처리 등에 있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농가별로 상품 관리가 가능하도록 CCTV와 스마트 앱을 연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농가별로 판매한 물량에 따른 수익을 분배할 수 있는 전산망을 갖추는 등의 초기 투자에서부터 신중할 필요가 있다.
 
엄경열 김포농협로컬푸드 직매장 차장은 "인근 오일시장이 열릴 때 오히려 매출이 오를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라며 "농가가 직접 가격을 결정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개념에 대한 이해 정도에 따라 승패가 좌우된다"고 귀띔했다.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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