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숙 수필집「콩잎에 자리젓」

"옛날 맛이 나는 젓갈을 사기 위해 또 다시 차를 타고 푹푹 찌는 도로를 마다하지 않았다. 대체 한 끼 식사가 뭣이라고…내가 궁금한, 감을 잡을 수 없는 내 발걸음의 정체. 그저 식성 탓이라고 도리질해 봐도 어릴 적 기억 한 자락 때문이지 싶다"(오민숙 '콩잎에 자리젓'중)
 
콩잎에 자리젓. 제주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던 애잔한 밥상머리의 기억이다. 제주 해안마을 오조리에서 태어난 오민숙은 '콩잎보다 더 비릿하고, 자리젓보다 더 곰삭은 알싸한 풍미'로 그 맛을 추억한다. 두근거리는 발걸음을 재촉하게 한, 그리운 이유도 여기 있었다.
 
여름 한철, 한 끼에 한 마리 집으면 감지덕지였다. 누구랄 것 없이 온 동네가 다 그랬다.
 
이제는 자리젓과 같이 밥 한 끼 나눌 누군가가 더 그리운 때, 오민숙은 수필집 「콩잎에 자리젓」을 통해 모두 가난했지만 모두 부자이던 시절을 회고한다. 또 강퍅한 일상에서 한발 물러서서 관조하며 성찰과 상상으로 '실존'을 이야기한다.
 
윤재천 한국수필문학회장은 그의 수필을 '잔잔한 가운데 특유의 망중한을 누리는 것 같기도 하고, 불성(佛性)을 바탕으로 자연 그 자체와 물아(物我)가 되기도 하여 글을 읽는 이들에게 평온함을 안겨주고 있다'고 평했다.
 
한편 작가는 현재 남원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한국문인협회·제주문인협회·제주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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