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챕터 대표·논설위원

   
 
     
 
현지시간으로 지난 토요일 현 세계의 양대 수퍼 파워인 미중의 지도자 버락 오바마와 시진핑이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캘리포니아 랜쵸 미라지에 위치한 애넌버그 별장에서 가졌다. 모하비사막 코첼라 밸리 지역에 산재한 사막도시군(desert cities)을 구성하는 랜쵸 미라지는 옆 동네 팜 스프링스와 짝을 이뤄 미국의 대표적 사막 휴양지로 꼽힌다.

영화산업이 번성하던 시절 할리우드 스타들이 주말 사교 모임이나 골프 회합 장소로 애용하던 곳이기도 하다. 클라크 게이블 같은 이들이 버뱅크나 컬버시티 등지의 공항에서 자가용 비행기로 또는 작렬하는 태양 아래 컨버터블을 운전해서 훌쩍 떠나가곤 하던 곳이다.

특히 미국을 대표하는 코미디언 밥 호프나 연예계의 황제 프랭크 시나트라는 아예 거기서 눌러살다시피 하며 골프를 즐기곤 했다. 유명 연예계 인사들을 초청해 기금 모금 목적으로 열리는 밥 호프 클래식이 여기서 연유한다. 어둠의 영역에서 존 케네디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한 바 있던 시나트라는 케네디의 서부 방문에 맞춰 현지에 위치한 자신의 별장을 대대적으로 수리하고 국기 게양대까지 설치하는 등 부산을 떨다 케네디가 전격적으로 자신의 별장 방문 계획을 취소한 사실을 알고는 좌절했다.

2차대전의 폭풍이 미국을 휘감게 되자 물자조달을 위해 사막도시 근교를 휘감던 철길들이 뜯겨져 나갔고, 패튼 휘하의 기갑부대는 아프리카 전선 투입 전에 불타는 사막을 누비며 전술훈련을 펼쳤다. 전쟁이 끝나고서 사막도시들은 부유한 노년층들이 겨울을 나기에 최적의 장소로 각광 받기 시작했다. 봄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최고의 여행지로 꼽은 곳도 이곳이었다.

그러나 시대와 더불어 휴양지로서 경쟁력이 떨어졌고 도심 일대에는 발길이 끊겼다. 영광을 재현하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이는 가수 셰어의 전 남편이었던 소니 보노다. 은퇴 뒤 팜 스프링스에 레스토랑을 여는 과정에서 경험한 시정부의 무능에 분노한 그는 직접 출마를 결심하기에 이른다. 1988년부터 4년을 시장직에 재임한 그는 팜 스프링스 국제영화제를 창설해 영화 산업 황금기의 사막도시를 재현해내기에 이르렀고, 퇴락해가던 휴양지를 다시 고급 휴양지로 재생시켜 냈다. 온타리오 공항에 내린 시진핑 주석이 일박을 했다는 현지의 하얏트 호텔 앞에 서있는 그의 동상이 사막도시가 그에게 진 빚을 말해 준다.

사막도시 인근에 위치한 카바존에는 데저트 힐스가 운영하는 서부 최대의 아웃렛 몰이 위치해 있다. 서부 여행객이면 누구나 한 번쯤 거쳐가는 곳으로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한국·중국·일본 계 쇼핑객들로 미어 터지는 곳이다. 우리나라 수도권에 문을 연 대규모 아웃렛들은 사실상 이곳을 삽으로 떠서 옮겨놓은 형상을 하고 있다. 인접한 모롱고 카지노 또한 대규모 카지노 리조트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카바존 아웃렛과 모롱고 카지노는 제주 개발의 방향에 대해서도 시사점이 있다. 휴양객을 이끄는 명소인 이곳은 사실 모롱고 인디언 부족의 땅이며 부족의 의회는 아웃렛과 카지노 운영에서 소정의 수익을 얻고 있다. 그러나 실제 그들의 삶은 피폐한 수준을 넘어 무서울 정도로 퇴락해 있다. 일전에 필자는 아웃렛 뒤편에 위치한 부족의 주거지를 탐방한 적이 있다. 주거환경은 열악했고 초점 잃은 눈동자를 한 인디언 거주민들이 외부인에 건네는 시선에는 섬뜩함 마저 풍겨났다. 도로 곳곳의 표지판은 너덜너덜 해진 총격 표적지 같았다. 인근에서는 조악한 기념품을 파는 인디언 노점상들이 한 켠으로 밀려나 있었다.

체류일이 길지 않은 방문객들은 카지노와 아웃렛 방문을 마치면 쫓기듯 떠날 뿐이고 장기 휴양객들은 랜초 미라지 등에 위치한 부티크 숍에서 자기들만의 쇼핑을 즐기고 갈 뿐이다. 제주가 갈망하는 개방과 발전이 항상 지역민과 같이 가야 하는 이유를 삶의 현장으로 보여주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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