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물저수지. 벼농사를 짓기위해 용천수인 은물을 확장하여 만들었다.

◈칠전동물·언물저수지<한경면 고산2리>

 가을이 저물고 있다.이 가을이 주는 삶의 의미 하나.발길에 채는 낙엽을 보며 생명의 순환을 생각하게 된다.떨어짐으로써 살리고,버림으로써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낙엽의 가르침.붉게 물든 낙엽속엔 이듬해의 초록빛 싱싱한 생명이 숨쉬고 있다.

 어디 낙엽뿐이겠는가.습지 취재를 통해 취재팀은 자연의 주는 상생(相生)과 순환(순환)의 원리를 터득하게 된다.

 습지의 기능은 다양하다.우선 습지에 심어놓은 갈대숲은 오염물질 정화기능이 뛰어나 바다로 흘러드는 내륙의 오염을 막아준다.습지는 또 바닷물의 범람과 태풍에 따른 피해를 막아주는 완충역할을 할 뿐만아니라 생태계의 조화를 일궈낸다.

 더욱이 습지에는 먹을 것을 찾아 각종 새들이 날아들고,이에따라 인근 지역의 농작물 피해를 줄일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갯벌을 보자.갯벌은 치어의 산란장소이며 살아 숨쉬는 생명체가 많다.이들 생명체는 때론 공생하며 혹은 천적관계로 지낸다.갯벌이 사라지면 어족자원이 고갈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상생과 순환의 원리를 깨 결국 그 피폐함은 인간의 몫이 되고 만다.

 서설이 좀 길어졌다.취재팀이 이번에 찾은 곳은 한경면 고산2리의 ‘칠전동물’과 ‘언물저수지’다.

 칠전동물은 국도 12호선에서 다시 한경면 산양리로 이어지는 군도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

 칠전동 마을입구에 있는 게 칠전동물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군도옆의 못은 인공못으로 면적이 300㎡가량된다.주변에는 멀구슬나무, 팽나무와 함께 정자가 조성돼 있다.

 이 못은 칠전동물의 앞물통에 해당되며 주로 우마급수장으로 썼다.마을안에 들어가면 음용수로 활용됐던 칠전동물 뒷물통이 있다.

 이 못은 면적이 500㎡규모로서 앞물통보다 훨씬 크다.또 돌계단과 물허벅대가 나무와 수풀에 가려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숲이 울창하며 못 바닥이 들여다 보일 정도로 비교적 보전이 잘 돼 있다.대개 칠전동물 하면 이 못을 지칭한다.

 주요 식물로는 멀구슬나무와 팽나무·버드나무·소리쟁이·여뀌·미꾸리낚시·미나리·개구리밥·가막사리·빗자루국화·골풀·부들·애기부들·송이고랭이·갈대 등이 있다.

 마을사람들은 “어렸을 때 이곳에서 멱을 감다보면 돗줄래(물베염)가 머리를 들고 헤엄을 치는 모습을 흔하게 볼수 있었다”며 “물이 마른 적이 거의 없는데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 아직도 펄속에는 드렁허리가 살고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뒷물통은 본래 못이 하나였다.옛날에는 고산리뿐만아니라 산양리지역 주민까지 이곳에 와 물을 떠다 먹었을 정도로 수량이 풍부했다.그러나 물 사용량이 늘어 수량이 부족해짐에 따라 1935년께 못을 하나 더 조성해 지금처럼 2개가 됐다.

 언물저수지는 고산2리 동북쪽 신수동에 있다.한자음을 빌려 ‘동수(凍水)저수지’라고도 한다.1961년 벼농사를 짓기위해 용출수인 ‘은물(언물)’물통을 확장하고 둑을 쌓았다고 한다.면적은 1000㎡가량된다.

 그러나 경제성을 잃으면서 고산 들녘의 벼 경작지는 매년 줄고 있다.

 언물저수지 주변만 하더라도 양파와 감자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활용방안을 찾지않을 경우 체육관 부지로 매립된 ‘고산저수지’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될수도 있다.

 지금 언물저수지는 인적이 뜸해 청둥오리를 비롯 쇠백로·왜가리가 찾아온다.그들의 힘찬 날갯짓에 다소 위안을 가져본다.<취재·사진=좌승훈·좌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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