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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담론]구도심권, 가치를 창출하는 재생 필요임민희 ㈜예술과 공간 대표이사·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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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7-02 (화) 19:50:36 | 승인 2013-07-02 (화) 19:50:36 | 최종수정 2013-07-02 (화) 19:52:40

   
 
     
 
시대가 변하고 있다. 정체성을 알 수 없는 공공시설물이나 조형물보다 눈에 익숙하고 평범한 일상과 관련된 생활유산, 문화재로 지정되지 못한 근대문화유산, 비가시적 역사나 문화 등을 전통으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새로운 인식이 싹트고 있다.

지난 여름,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렸다. 박람회장 내에 많은 볼거리들이 있었지만 특히, 우리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가장 높은 수직구조물인 스카이타워였다. 한때 영광을 누렸던 이것은 산업화시대의 임무를 다하고 더 이상 활용도가 없어져 시멘트 저장고가 됐다. 그러나 그 스카이타워가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해 있었다. 스카이타워 외부에 뱃고동 음색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었다. 스카이타워는 음악이 있는 문화공간으로 재활용된 건축물이 돼 영광을 누리고 있었다.

선진국 가운데서도 도시 재생 프로젝트가 가장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곳은 독일이다. 대표적인 산업국가인 독일은 산업 구조의 격변을 겪는 과정에서 도시의 황폐화를 맨 먼저 경험했다. 그만큼 도시 재생을 실험할 기회와 필요성이 많았다.

독일의 서부, 뒤스부르크는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전후 독일의 경제 부흥을 이끌었던 루르공업지대의 대표 도시다. 이곳에 '뒤스부르크 환경공원'이라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공원 하나가 있다. 공원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잘 가꾸어진 정원이나 최첨단 놀이 기구가 아니라, 까딱하면 허물어질 뜻한 녹슨 용광로와 공장 굴뚝이 보인다.

오래전 물자운반에 쓰였던 대형파이프는 고운 색으로 갈아입은 채 아이들의 미끄럼틀로 변했고, 광석 저장 벙커는 암벽 등반 코스로 변신해 레저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철강대국 독일의 신화를 만든 역사의 주역들이었지만, 독일 철강 산업의 쇠락으로 쓸모없는 물건들이 돼버렸다.

그러나 그것들은 유서 깊은 역사를 마감함과 동시에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지역의 자부심과 유대감을 갖게 했던 소중한 공장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큰 상실로 여긴 지역 주민들이 공장 철거를 반대했고 쇠퇴의 길에 접어든 도시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엠셔공원 건축박람회'라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그 계획은 기존 산업시설을 활용해 위기에 처한 지역도시를 건축적으로 접근해 문화, 환경 도시로 탈바꿈시킨다는 마스터플랜을 성사시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지금 제주도도 구도심권 공동화 현상을 겪고 있다. 독일의 경우 쇠락한 철강지역을 되살렸다면 우리는 쇠락한 상권을 살려야 한다. 이러한 좋은 예로 상하이 '타이강루의 티엔즈팡'을 주시해 볼 만하다. 지난 20년간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온 상하이 뒷골목에는 조용한 변화가 찾아왔다. 상하이시가 그저 허름한 뒷골목에 지나지 않았던 이곳의 건물들을 예술가들에게 값싸게 임대하면서 450m 거리에 20여개 나라 예술가들이 모여 자신들만의 둥지를 틀게 된 것이다. 지금은 작가들이 운영하는 작품 갤러리와 조그마한 카페, 그리고 음식점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매력 있는 도심 속 휴식처가 돼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이렇듯, 도시는 역사를 머금고 있을 때 진정 그 가치가 빛난다. 우리도 구도심을 과거의 추억과 기억을 간직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도시로 부활시켜야 한다. 쇠락해가는 도시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새로운 문화와 역사를 창출해 가기 위해서는 제주만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살린 예술의 '뒷골목'을 만들어야 한다.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하고 이를 갤러리에 전시하며, 조그마한 카페에서 감상한 작품에 대한 담소를 나누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꿈꾼다. 가끔 국제적인 비엔날레나 박람회를 열어 세계적인 작가들과 관광객들이 모여 들 수 있는 휴식처가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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