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 제주 관광 곳곳 '경고등'

▲ 제주 관광이 '관광객 1000만명 시대 개막'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전문기관을 중심으로 '경고등'이 켜졌다. 사진은 지난 2월 제주에 첫 입항한 국제 크루즈선 코스타 빅토리아호. 자료사진
1000만 시대 개막 불구 전문기관 '낙관은 금물'
소비 양극화 따른 제주 선택 포기 등 개선 필요
 
제주 관광이 올 들어 '새 기록'을 이어가며 '관광객 1000만명 시대 개막'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전문기관을 중심으로 '경고등'이 켜졌다. 소비 양극화 심화와 주5일 정착에 이어 대체 휴일제 확산 분위기 등 외형적으로는 관광산업 호황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현실은 해외여행 대체 등 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 소득수준별 소비 '극과 극'
 
갈수록 심화되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제주 관광에는 '독(毒)'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주문됐다. 단순한 우려 수준이 아니라 지난 1983년 해외여행 자유화 수준의 타격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3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소득양극화가 제주관광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과제'는 제주 관광이 긴장해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했다. 최근 국내 관광수요 위축을 단순히 장기 불황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소득 불평등 심화에 따른 관광소비 양극화 측면에서 봤을 때 제주도의 기대는 단순한 희망사항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통계청과 한국거래소 등의 자료를 보면 상대적으로 적자가구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의 경우 의식주 소비 비중이 커지고 있는데 반해 고소득층은 여가·교육 부분에 소비를 집중하고 있다. 제주의 경우 국내 경쟁 관광지에 비해 고소득층 수요가 높은 편이지만 이의 해외여행 대체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접근성 제한에 따른 높은 항공교통 수용분담률이다. 이로 인한 여행 경비 부담은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제주 선택 포기'를, 고소득층에게는 '해외여행 대체'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하는 것이 한은 제주본부의 분석이다.
 
실제 고소득 관광객 비중이 높은 골프 관광(65%)의 경우 중국이나 필리핀, 태국 등 인근 국가간 요금 차이가 계속해 벌어지는 등 경쟁력이 크게 약화된 상태다. 결국 제주 선호도가 높은 중국 중상위층과 국내 고소득층을 주력 타깃으로 한 관광 인프라 재편이 시급하다는 주문이다.
 
# 음식·쇼핑 등 만족도 낮아
 
제주가 국내 관광여행지로서 만족도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분야별로 보면 음식과 쇼핑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역시 간과하기 어렵다.
 
특히 행정과 제주관광업계가 그동안 음식과 쇼핑, 체험프로그램 등의 분야에 대한 수용태세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12 국민여행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관광여행 전반적 만족도 조사결과 제주 지역 만족도가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분야별로 보면 자연경관(4.57점, 5점 만점), 문화유산(4.36점), 교통(4.22점), 숙박시설(4.19점), 관광지 편의시설(4.22점) 등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다.
 
하지만 식당 및 음식(3.94점), 쇼핑(3.77점), 체험프로그램(3.97점), 관광지 물가(3.41점), 관광지혼잡도(3.87점) 등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만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행지별 여행 경험자 1인 평균 여행 지출액 역시 항공료 등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58만원을 기록, 가격 경쟁력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제주 관광 조수입이 늘었다고 하지만 항공요금 등 접근 비용을 제하고 나면 부끄러울 정도"라며 "소비 양극화 등 환경변화에 맞춰 차별화한 상품 개발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신혼여행 메카'명성을 내려놓을 때 이상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고 미·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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