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 포커스 / 제주 면세시장의 명과 암
신라·롯데 매출 JDC·JTO 추월 앞둬
관광진흥기금 부과 등 제도개선 추진

▲ 도내 외국인면세점이 매출 증가 등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지역경제 기여도는 낮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신라면세점을 찾은 외국인관광객들.
제주관광이 1000만명 시대를 맞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관광시장의 급성장세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 또한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도내 관광산업 구조도 변화하고 있으며, 이 중 면세사업은 가장 큰 '노른자위'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로 인해 도내 면세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면세시장의 기반인 제주관광산업은 면세시장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게 현실이다. 도내 면세시장과 제주관광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대답없는 외국인 면세점
 
제주시 연동에 위치한 신라면세점 앞 도로와 인도는 외국인관광객들과, 이들을 기다리는 전세버스로 점령된 지 오래다.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도내 신라면세점과 롯데면세점의 매출은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 2008년 54만0515명에서 지난해 168만1399명으로 3.1배 늘었고, 올해 200만명 유치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도내 신라·롯데면세점 2곳의 매출액도 지난 2008년 880억원에는 1000억원도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해 3295억원으로 2415억원(274%)이나 크게 늘어났다.
 
또한 이들 외국인면세점의 매출액은 지난 2010년까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제주관광공사(JTO)가 운영하는 내국인면세점 매출액에 비해 1500억원 가량 벌어지는 등 두배 정도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내국인면세점 매출액(3837억원) 차이를 542억원까지 줄인 것은 물론 최근 이들 외국인면세점이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면서 조만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들 외국인면세점들은 호황세를 맞으면서도 지역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아, 도민들과 도내 관광업계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다.
 
이는 이들 대기업이 운영하는 외국인면세점 매출은 본사로 유입되고, 같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도내 카지노들에 부과되는 관광진흥기금도 외국인면세점은 납부하지 않는 등 지역경제에 기여도가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내 카지노 8곳의 매출액은 1438억원으로 외국인면세점의 매출액보다 1857억원이 적지만, 관광진흥기금 납부액은 102억8400만원에 이르고 있다.
 
결국 국가 특혜사업으로 민간에서 운영하고 있는 면세사업 수익의 일정 부분을 제주관광 발전을 위한 공익적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고, 제주도는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제도개선 방안에 포함시켰다.
 
이와 관련 도내 외국인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점이 제주에서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특정지역에서만 수익의 일부를 지역에 환원할 경우 다른 지자체 등에서도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 멈춰 선 내국인 면세점
 
외국인면세점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JDC와 JTO의 면세점 매출액은 지난해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비상이 걸린 상태다.
 
JDC 면세점의 매출액을 보면 지난 2003년 1000억원에서 2007년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두자릿수 이상 증가율을 보이다가, 지난해 3428억원을 기록하면서 증가율도 1.33%에 머물렀다. 이는 지난해 JDC 공항면세점 매장 규모를 두배 가까이 확대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선 셈이다.
 
JTO면세점 매출액 역시 개점 당시 2009년 198억원에서 2010년 355억원, 2011년 422억원 등 상승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41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이는 내국인 관광객 증가세가 소폭에 그친 것도 있지만, 현재 6회·40만원(1회당)으로 한정된 내국인 면세점 구매한도로 인해 이용객들의 구매 선택폭이 제한되어 있어 매출 증대에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고가의 제품을 선호하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와 JDC·JTO가 지속적으로 내국인면세점 구매한도에 대한 제도개선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고, 이번 5단계 제도개선에도 포함되지 않아 사실상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JDC·JTO는 오히려 성산항면세점 운영권을 놓고 수년째 갈등을 반복하고 있고, 최근 국무조정실의 조정까지 JDC의 부정적 입장으로 인해 좌초위기를 맞으면서 도민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실정이다.
 
도내 관광업계는 "JDC와 JTO가 조속히 양 기관의 갈등을 해결하는 것은 물론 대기업이 독점하는 도내 외국인면세점 시장을 제주관광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로 재편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며 "또한 제주도와 함께 내국인 면세점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헌 기자

인터뷰 / 안동우 도의회 문화관광위원장

안동우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위원장(사진)은 "제주 외국인관광객 증가로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외국인면세점 매출도 급증,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다"면서 "하지만의 지역사회기여는 미흡, 반발을 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관광업계 등 도민들의 노력으로 외국인관광객이 급증했지만, 외국인면세점은 '무임승차'하면서 이익만 챙기고 있다"며 "제주관광 발전의 일정 부문을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외국인면세점 수익금의 일정비율을 제주관광진흥기금으로 적립시키는 방안이 제주특별법 5단계 제도개선에 포함됐다"며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업체 스스로가 지역사회 환원차원에서 관광진흥기금 적립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안 위원장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제주관광공사가 외국인면세점 사업 과 관련 경쟁보다는 협력이 필요하다"며 "공동 투자·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내국인면세점 사업영역 갈등에 대해 "국무총리실 제주지원위원회가 성산포항은 제주관광공사, 제주항 2·7부두는 JDC가 운영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했다"며 "공기업인 JDC가 정부 중재안은 거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제주관광공사의 재정자립과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서비스 제공차원에서도 JDC가 고집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강승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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