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U-17(저학년)대회 결산]
34개 전국 강호 참가…박진감 넘치는 경기
한양공고 전지훈련 캠프 등 백록기 정조준
행정·자원봉사자·업체 협조 성공개최 한몫

'성년이 됐다'는 것은 단순한 숫자놀음 이상이다. 지난해 '20'이란 성년 선언으로 두근거렸던 가슴은 올해 '21'이란 숫자와 함께 우리나라 고교 축구사(史)의 의미 있는 한 축으로 현실이 됐다. 제21회 백록기전국고교축구대회 현장에 선 전력투구한 34개 전국 고교 강호들의 열정과 내일을 위한 질 수 없는 한 판 승부를 펼친 U-17대회 23개 팀의 패기, 한국 축구의 미래를 향한 지역의 아낌없는 관심이 빚어낸 성과다.
 
▲ 제21회 백록기 전국고교축구대회가 지난달 30일 막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달 26일 진행된 대기고와 군산제일고의 경기모습. 특별취재팀
△ 순수학원축구 최강 가리는 한 판 승부
 
토너먼트 방식의 전국대회가 여름방학에 집중되면서 최근의 고교 축구대회는 참가팀 규모가 아닌 내용으로 검증받고 있다. 올해 백록기에는 대한축구협회가 진행하는 2013전국고교축구리그(17개 권역리그) 중 12개 권역 1·2위 팀들과 올해 전국대회 우승팀 등이 대거 참가, 예선부터 매 경기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펼쳤다.
 
참가팀 중 리그 1위 팀만 5개 팀이나 되는데다 설욕을 벼르는 2위 팀 4개팀이 출사표를 던졌다. 프로 유스팀 3개팀을 비롯 금석배 전국고교축구 우승·4강팀이 '백록기'를 향한 투지를 불태웠다.
 
이는 전 대회를 천연잔디구장에서 진행하고, 월드컵경기장을 결승전 무대로 사용한다는 이점과 함께 전국대회로 '백록기'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타 지역 대회와 달리 항공료 등 교통비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등 선택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지만 하계 전지훈련을 겸할 수 있는데다 백록기를 통한 기량 점검이 하반기 성적을 좌우한다는 점이다.
 
올해 백록기의 주인공이 된 서울한양공고는 지난 2004년 준우승 이후 백록기 쟁탈에 대한 야망을 감추지 않으며 4수 끝에 꿈을 이뤘다. 이를 위해 다른 팀보다 먼저 제주에 전지훈련 캠프를 만드는 등 백록기를 정조준했다. 준우승팀인 대전유전생명과학고 역시 2002년 팀 창단 이후 올해까지 매년 대회 참가팀에 이름을 올렸는가 하면 백록기를 염두에 둔 제주 동계전지훈련을 진행하는 등 공을 들였다.
 
타 대회와 달리 순수 학원 축구 최강자가 가려진다는 점 역시 백록기의 강점으로 부각됐다.
 
지난 대회에 이어 올해 대회 역시 프로 유스팀이 4강 문턱에서 무릎을 꿇은 대신 리그와 대회에서 꾸준히 실력을 키운 축구팀이 우승기를 품었다. 이전 성적도 단순 자료 이상의 역할은 못했다. 그라운드에 흘린 땀이 답을 줬다. 결승전이 끝난 뒤 감격의 눈물 흘리기에 앞서 상대팀의 어깨를 먼저 두드려주는 우정까지 올해 백록기가 남긴 성과는 두둑하다.
 
△ 스타 산실 자리매김 눈도장
 
최근 한국 축구를 이끄는 대표 스타플레이어들이 백록기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여름 제주 그라운드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유가 됐다.
 
유럽 리그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주목받고 있는 구자철(24·볼프스부르크)과 지동원(20·서덜랜드) 등 '지구 특공대'와 중동 무대를 딛고 유럽의 문을 연 골잡이 유병수(러시아 로스토프), 2002년 월드컵 4강신화의 주인공인 이영표(35·밴쿠버 화이트캡스), 왼발 프리킥의 황제이자 '앙팡 테리블' 고종수(33·은퇴), 박주영(28·아스널), 정성룡(27·수원) 등은 물론이고 김동진·백지훈·김진규·홍정호 등 국가대표와 프로팀 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젊은 피'들까지 백록기에서 두각을 보인 선수들이 대학이나 실업·프로팀에 진출하고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세계 무대를 헤집는다는 공식이 성립되면서 예상 외 선수들의 두각에 경기장 안팎이 흥분했다.
 
팀에 '역전의 용사'란 별칭과 함께 결승까지 팀이 기록한 16골 중 10골을 성공시킨 대전유성생명과학고 2학년 김준선의 활약은 감독도 예상치 못했다. 비록 결승 무대는 밟지 못했지만 인천하이텍고 1학년 김소앙은 '몇 개월 모자라' 본 대회에 나가지 못한 원풀이를 제대로 하며 U-17대회의 필요성을 제대로 각인하며 주전 선수들을 긴장시켰다. 올해는 특히 득점을 많이 한 선수 보다는 팀 전체가 관심의 대상이 되면서 수비수나 골키퍼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진정한 스타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출전팀 대부분이 특정 선수에 의존하기 보다 팀 경기인 조직력 축구의 진수를 펼치며 공·수 양면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펼쳐내며 백록기 특유의 색깔을 만들었다.
 
이를 가능케 한 '지역의 힘' 역시 한몫 단단히 했다. 대회 시작 전부터 서귀포시를 중심으로 한 행정과 자원봉사자, 지역 업체의 유기적 협조는 타 대회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정(情)'과 경제효과로 백록기를 업그레이드 시켰다. 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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