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며칠 전 중국인 제자가 자신이 소속된 학교의 학생과 관계자들을 인솔해 단기 연수차 제주를 다녀갔다. 국내 대기업 계열의 서울 소재 여행사를 통해 방문한 제자는 반가움을 나누다 제주에 대한 애정에서 나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국어를 아는 구성원이 있으면 가이드가 매우 싫어한다는 정보를 들은 제자는 한국어를 모르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한다. 숙소는 당일 오후에 양해도 없이 제주시권에서 시외로 변경되기도 했고, 중문관광단지에서는 일행이 꼭 가고 싶다며 요청한 장소가 바로 옆인데도 가이드는 먼 곳이라 갈 수 없다는 거짓말을 하는 등 차마 얼굴을 들 수 없는 얘기가 이어졌다. 아마 제자는 자신이 제주에서 공부하던 때의 좋은 추억만 생각하고, 대학과 교류 일정이 잡힌 서울에서만 보내도 부족한 시간을 일부러 나누는 수고를 했을 것이다. 덕분에 일행들은 제주로 입국해서 제주에서 출국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제주에서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당연히 해보지 못한 채 돌아가야 했다.

방문객이 어떤 경로를 통해 입도했건 제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우리의 책임이다. 불친절한 가이드를 탓하기에 앞서 방문객들이 제주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미처 관심갖지 못한 내 탓이 더 크다.

중국인만 하더라도 우리의 큰 고객이라고는 하면서 내국인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올 봄에 출장차 갔던 대만 타이페이에서는 고급 관광버스나 숙련된 운전기사들이 대부분 중국인 관광객에게 배정되고 있었다. 필자가 탔던 버스는 지방에서 급히 동원된 운전기사가 맡게 돼 가이드 하는 분이 설명하다 운전기사에게 길안내 해야 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하지만 자신들에게 가장 큰 이익을 안겨주는 고객의 만족을 위해 애쓰는 것이니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이처럼 많은 도시들이 주요 고객 중심으로 산업을 끌어가고 있는데, 제주는 고객 만족은 고사하고 이러다 서비스 불만족 사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환경 변화에 민감한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스타벅스 커피점은 고객이 매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나갈 때 까지를 20개의 고객경험 단위로 나누고, 매장에서 겪게 되는 서비스 하나하나를 최고로 만들어낸다. 특별한 서비스를 받는 경험은 거리에서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다니는 것에서도 자부심을 느끼게 함으로써 재방문을 유도해 충성고객으로 변화시킨다.

스타벅스의 고객경험지도는 제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우선 제주에 입도하는 순간부터 떠나는 시점까지 고객이 움직이는 패턴을 파악하고, 움직이는 각 단계마다 원하는 것을 분석한다. 분석된 자료로 고객욕구지도를 만들어 욕구를 충족시켜줄 다양한 대안을 마련한다. 철저하게 계획된 대안들은 매뉴얼화 시켜 비슷한 욕구를 가진 고객층에게 제공함으로써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만족도가 높아질수록 핵심고객이 되면서 제주에 다녀갔다는 것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이들의 추천을 통해 방문과 제주제품의 구매를 확대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주 방문 경험이 없는 사람들, 평생 방문하지 못할 사람들도 동경할 수 있는 소문난 도시가 돼야만 방문객과 투자자가 더 많아지고 제주제품이 스스로 팔릴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융복합 시대의 고객이 원하는 상품의 수준은 과거와 다르기 때문에 제주의 한정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장과 고객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상품을 만들어 낼 것인지, 만들어낸 상품은 어떤 방법과 경로를 통해 제공할 수 있는지가 명확해진다.

증가하는 방문객 숫자만으로 스스로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안심하는 것은, 후에 제주에 대한 평판에서 나오게 될 나쁜 수익을 계산하지 못하는 우(愚)를 범하게 한다. 지금이라도 우리의 핵심고객을 찾아내어 그들에게 집중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