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인문학」·「불평등의 대가」
감정·양극화 '뒤집기' 새로운 시각 제공

기록적인 무더위가 좀처럼 가시지 않는 요즘, 피서지로 '도서관'을 택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어느 책을 골라야 할지 고민스럽다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올해 '8월의 읽을 만한 책'도 좋다. 가벼운 인문·교양 도서와 함께 독서 삼매경으로 이 더위를 달래보자.
 
#「감정의 인문학」
 
1997년부터 경제위기를 겪으며 우리나라 국민들 사이에 '~하는 00가지'류의 자기계발서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여기에 꼭 한구절씩은 담긴 내용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라'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던지는 조언을 보면 '감정적'이라는 말은 '사적(私的)'이라는 말과 함께 부정적으로 사용됐고, 감정을 적당히 숨길 줄 모르는 사람은 교양수준이 낮은 것으로 치부됐다.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자. 왜 사람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복수극에 열광할까. 어째서 21세기에 우리는 아직도 점을 보고 미신을 믿는 것일까.
 
「감정의 인문학」의 저자인 소영현·이하나·최기숙 3인의 인문학자에 따르면 감정은 더 이상 부정적인 것만이 아니다.
 
감정 표현의 절제 내지 부정은 결국 감정 자체에 대한 몰이해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 태도를 초래했고, 그 자체로 관계의 단절을 의미했다. 온갖 새로운 미디어들이 등장했지만 오히려 소통 부재의 현실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역설적 상황은 이러한 감정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바가 크다.
 
이제는 생각을 바꾸자. 감정이 사회를 바꾸고, 사회가 감정을 바꾼다. 욕망의 사회적 통제나 제어의 '감정'에서 벗어나 '감정'의 주체가 되어 보자. 봄아필·1만5000원.
 
#「불평등의 대가」
 
이번에는 '빈부'로 관심을 돌려보자. 오늘날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갈수록 가난해지고 그 수가 많아지며, 중산층은 점점 공동화되고 있다는데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중산층의 소득은 정체되거나 감소하고 있고, 중산층과 부유층 사이의 간극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국민소득은 올라간다는데 내 삶이 나아졌는지에는 왜 의문 부호만 따를까.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불평등의 대가」(이순희 옮김)를 통해 이처럼 갈수록 심각해지는 불평등을 윤리나 정의의 관점이 아니라 시장의 가장 큰 미덕으로 알려진 효율성의 관점에서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불평등이 사회에 해로운 이유는 단지 그것이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않기 때문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불평등은 '비효율적'이다.
 
이런 비효율적인 게임의 규칙을 만든 것은 바로 정치 시스템, 곧 실패의 원인이자 결과다. 불평등은 경제 시스템의 불안정을 낳고, 이 불안정은 다시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책은 미국의 예를 들고 있지만 "이 책의 지적과 분석이 가장 잘 들어맞는 나라는 미국 다음에 한국일 것"이라는 평이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열린책들·2만5000원. 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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