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웅 논설실장

   
 
     
 
제주특별자치도 인구가 12일 60만명 시대를 열었다. 1987년 50만명을 돌파한 이후 26년만이다. 외국인도 1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제주도의 인구는 대한제국시대인 19세기말만 하더라도 10만명을 넘지 못했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광복, 6·25를 거쳐 정부차원의 인구통계가 처음으로 실시된 1955년에는 28만8781명으로 집계됐다. 10년 후인 1965년 인구조사에서는 33만4765명으로 30만시대를 맞았다. 이후 1975년에는 41만1992명으로 40만명 시대가, 12년 후인 1987년에는 50만5534명으로 50만명시대가 각각 열렸다. 6·25이후 베이붐 세대의 증가와 1970~1980년대 관광·감귤산업의 정책 추진이 인구증가를 불러온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다 1995년 지방자치제 부활 시점과 맞물려 인구증가 추세는 둔화되기 시작했다.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고 육지부로의 인구유출이 심화되면서 오히려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2009년까지 매년 1000~3000명 가량 줄어들었다.

이 사이 유입보다 유출인구가 더 많은 것은 인구증가율이 정체된 상태에서 탈농촌 심화와 학업이주 등이 겹쳤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다시 상황이 역전된 것은 2010년부터다. 그해 437명을 시작으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이후 제주 인구증가율은 1.43%로 세종시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이쯤 되면 '제주이민'이라는 표현을 써도 큰 무리가 없다.

이처럼 제주이주가 하나의 현상으로까지 해석될 정도로 이주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다양한 계층에서 입도인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귀농·귀촌인구 및 거주희망 은퇴자 증가와 더불어 급격한 관광개발, IT기업 등의 이전, 국제학교 유치와 투자유치에 따른 이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많다.

제주도 인구가 60만명을 넘어서면서 여러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가 높다. 단순한 도민의 숫자가 늘어나는 양적 성장과 함께 사회 경험이 풍부하고 다양한 계층의 인구 유입은 이른바 사회적 자본의 유입을 수반한다. 이로 인해 제주지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영역에서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것이다. 이에 그치지 않고 현재 추세라면 2차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 상 2021년 목표인구인 70만명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제주도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인구 100만명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상주인구가 100만명은 돼야 백화점 존립이 가능한 경제규모가 된다는 설명이다. 여러 지자체가 인구 100만명을 목표로 통합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인구유입과 함께 규모의 경제와 상생의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인구 100만명은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광역시의 인구 조건도 100만명이다. 국가단위 연구개발특구 지정 등도 100만명이 기준이다. 프로야구 창단시 연고지의 인구도 100만명 이상을 제시하고 있다. 인구 100만명은 자체 경제권 형성을 위한 최소한의 인구로 인식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인구 증가를 단순히 경제와 연관시켜 반가와만 할 것이 아니라 도민의 삶의 질 제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논리에 수긍이 간다. 인구 100만명이 과연 제주도민의 삶의 질 측면에서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주는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한 연후에 효율적인 인구 유입 정책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인프라 구축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구만 급증한다면 자연환경과 용수 관리, 쓰레기 처리 대책, 교통 문제, 일자리 확보, 교육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많은 문제점을 야기 시킬 것은 뻔하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도는 이미 2007년에 적정 환경용량의 3.1배를 초과했다는 보고가 있다. 단순히 제주 섬의 인구만 증가하고 정작 기존 도민들의 삶의 질은 오히려 후퇴한다면 누구를 위한 인구 증가인지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제주사회의 활력을 불어넣기는커녕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인해 이주민에 대한 배타성만 높아진다면 곤란하다.

인구 증가가 제주 섬에 축복으로 작용하기 보다는 재앙으로 다가오는 사태는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제주 섬 사람들의 삶의 질을 최적화할 수 있는 인구는 과연 몇 명 인지부터 논의해보자.

그래도 일단 제주 섬 인구 60만명 돌파는 자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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