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일보-어린이재단 공동기획, 단비] 29. 조손가정 수희네

   
 
  ▲ 또래 친구들이 침대와 책상을 갖춘 방에서 지내는 것과 달리 수희는 매일 비가 새는 베란다에서 잠을 자고 있다.  
 
3칸 집에서 12명 지내
생계 위해 아르바이트
사회복지사 되는 게 꿈

꿈 많은 17살 수희(가명·여)의 손은 마를 새가 없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지적장애가 있는 동생을 돌보는 탓에 수업을 마친 뒤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이다. 가족이 웃으며 저녁을 먹는 모습을 곁눈질로 훔쳐보다 운 적도 있다. 그런 수희를 알면서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할머니의 눈가도 늘 짓무른 채다.
 
'수희네'는 말 그대로 대식구다. 형편상 방 3칸 짜리 허름한 집에서 고모네 가족과 12명이 살고 있다.
 
몸이 불편한 고모에게 방을 내 주고 동생들과 할머니에게 나머지 공간을 양보하고 남은 비가 새는 베란다가 수희의 방이다.
 
집안 곳곳에 곰팡이며 균열까지 심한 상황에 자신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이 수희는 다행이라고 했다.
 
그동안 대가족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시던 할아버지가 올 6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가족은 크게 흔들렸다. 가족 중 근로활동이 가능한 사람이 없어 천식과 패혈증을 앓고 있는 할머니가 폐지를 주워 생활비를 보태고 어린 손자들을 돌보고 있다.
 
그런 가운데 수희는 꿈을 포기하고 어린 나이에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초등학교 때 축구를 했던 수희는 중학교 진학 과정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을 만큼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축구화 하나를 살 돈이면 가족들이 며칠을 먹을 식비가 되는 사정 앞에서 수희는 축구선수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지적장애인축구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동생 수호(15·가명·지적장애 3급)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기는 하나 갚아야 할 빚이 8000만원이 넘는데다 12명이란 대식구 살림은 말이 쉽지 빚을 지지 않는 것이 신기할 만큼 힘들다.
 
어린 나이에 벌써 굳은살이 배겨버린 손녀의 손을 잡을 때마다 할머니는 가슴이 미어진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사회복지사'가 돼서 더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손녀가 기특하면서도 안쓰럽다.
 
수희 할머니는 "우리 손녀가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버렸다"며 "힘들다는 내색도 하지 않고 할머니 걱정을 먼저 하는 수희가 또래들처럼 편안히 공부만 할 수 있어도 원이 없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후원 및 재능기부 문의=753-3703.
한 권 기자 hk0828@jemin.com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