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우 노하우석세스시스템 대표·논설위원

   
 
     
 
얼마 전 제주도를 처음 여행하고 돌아온 지인이 농담처럼 하는 말, "삼다도의 '삼다(三多)'는 중국인·렌터카·골프장이 돼 버린 느낌입니다"

삼다도다운 제주도를 못 느끼고 왔다는 뼈있는 농담에 제주출신으로서 자존심이 상해 한마디 던졌다. "중국인들이 가득한 비행기타고 제주공항에 내려서 렌터카 타고 둘러보다 골프 한 라운딩하고 오셨군요"

바뀌어버린 삼다(三多)의 제주모습을 필자도 실감하고 있다. 이제 삼다도의 삼다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부각시켜야 될 때가 됐다.

제주도민의 인구통계를 보면 올해 3월 기준 58만6149명이다. 이중 여성 인구수는 29만2581명이다. 인구통계학적 수치로 보면 여자가 많은 삼다도가 아니다. 조선시대 유배 온 선비들이 학문수양에 여념이 없을 때 굶주린 배를 해결하려 제주여성들이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제주여성의 경제활동의 주체적 활동이 많다보니 외부인들의 눈에  비친 제주도는 여성만 일하고, 여자가 많다고 전해진 것이다.

제주여성은 부지런하고 적극적이며 여성리더십이 강하다. 제주도 여성을 대표하는 '어멍'은 3000년을 이어온 유대인의 어머니와 많은 공통점이 있다. 첫째,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전천후 마인드를 갖고 있다. 현명한 지혜로 자식들을 가르치고 밥상머리 교육을 주도한다. 둘째, 경제활동을 주도하고 독립적으로 가계를 꾸려 나가며 오늘보다는 내일을 준비하는 비축정신이 강하다. 셋째, 일가친척을 극진히 모시는 패밀리 마인드와 남다른 공동체 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유대인은 지금 세계 0.25% 인구로 25%를 움직이는 영향력을 가진 핵심세력이 됐다. 끝없는 고난과 위기를 극복하고 성공의 정점에 오른 유대인, 그 성공의 힘은 결과적으로 모계혈통을 존중하는 유대 여성의 힘으로 만든 결과다. 이제 제주 여성들에게도 희망을 걸어 보자. 제주도를  여성의 도시로 만드는 건 어떤가. 여성이 살기 좋고, 여성이 이끄는 여성리더십 시범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세계자연유산이나 경관을 알리는 하드웨어 중심에서 제주도만의 특성과 자질을 외부에 알리는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한민국 최초로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독자적인 자치권을 갖는 특별자치지역이 바로 제주도다. 2006년 7월1일부터 특별자치지역으로 전환돼 자치 입법권강화, 자치 조직. 인사 자율성 강화, 의정활동 강화, 주민참여 확대, 자주 재정권강화, 교육자치 강화, 자치경찰제 실시 등 자치기능이 확대됐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기초단체 시군을 폐지하고 단일 광역체제로 전환돼 제주시와 서귀포시  2개 행정시, 7읍·5면·31동으로 개편됐다. 두 개의 행정시중 한 곳을 여성이 이끄는 감성도시로 만들면 어떤가?

제주특별자치도가 2011년 여성가족부로부터 '여성친화도시' 지정을 받고 '여성이 살기 좋은 제주'를 만들기 위해 본격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행정리더를 여성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정책은 물론, 도시 내 공간적인 측면까지 여성의 시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지자체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로 인해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여성 정치인 등 소수자의 정치 참여 제한이다. 정당공천제 폐지가 여성의 정치참여 제한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마당에 임명직 시장에 여성의 몫을 할애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여성들은 서열을 매기기보다 서로 연결 할 줄 아는 휴먼네트워킹에 강하다. 대화를 통해 협력하는 리더십스타일을 선호하면서 생산적 협력관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정보공유를 꺼리지 않기 때문에 여성이 이끄는 행정도시가 된다면 투명한 행정도시가 될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솔루션과 경험, 세상에 필요한 특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남성들은 어머니를 통해 이미 알고 있다. 여성리더십이 주도하는 삼다도를 여성 지도자가 이끄는 감성 도시로 만든다면, 더 나아가서는 지역경쟁력을 기르고, 새로운 모범도시로 도약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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