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편집국장

   
 
     
 
대한민국이 대통령의 지시로 저탄소 녹색성장 열풍에 몰입하던 2008년 11월 영국의 환경운동가인 마크 라이너스는 지구의 대재앙을 예고하는 「6도의 악몽」을 펴냈다.

마크 라이너스는 이 책에서 지구의 기온이 1도 상승하면 작은 동·식물이 슬며시 멸종하는 것을 시작으로 2·3도 오르면 초거대 가뭄이 농업을 붕괴시키고, 폭염으로 인간은 생존의 한계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또 오존층이 완전히 파괴되는 6도 상승시는 모든 생명체의 대멸종을 경고했다.

마크 라이너스는 책 머리말에서 "최악의 사태는 경제위기를 핑계로 반환경적 발전을 가속화하고, 환경문제를 도외시하는 것"이라며 "환경적 지속 가능성이 없다면 인류 경제의 장기적 생존도 도모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마크 라이너스가 아니더라도 인류 생존을 위한 환경의 중요성은 관련 전문가·학자·기관·단체 등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이를 토대로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환경보전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지자체의 환경보전정책은 실천이 부실, 매년 실효성의 비판을 받는다. 오히려 경제 위기 극복의 명분으로 개발의 불가피성을 제시, 현 세대와 다음 세대가 함께 이익을 얻어야 할 환경자원을 야금야금 파괴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중앙집권시대의 정부가 해왔던 토목 중심의 관광개발행태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에도 이어지는 반환경적 발전이 그치지 않는 탓이다. 지자체들은 관광개발에 따른 고용증대 효과, 소득유발 효과, 지방세수 증대 등의 경제적 효과를 방패막이로 여전히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문제점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수려한 자연환경을 보유한 제주 역시 다르지 않다. 1990년대 이후 개발을 발전이라고 착각하는 철학의 빈곤으로 중산간지역 환경자원이 난개발에 신음하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과 도심·취락지역의 해발 200~600m에 위치한 중산간 하천·곶자왈이 홍수조절·지하수 함양 등 '제주의 허파'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각종 개발행위로 사라지면서 도민을 위협하고 있다.

중산간이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갈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토목 중심의 대규모 관광·도로개발이 가속화, 빗물 조절 기능이 상실되면서 저지대에 위치한 주거·농경지 홍수 피해 및 지하수 부족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선거를 통해 단체장이 바뀌어도 주민소득·고용 증대의 미명 아래 골프장 및 콘도·호텔 등 유사한 관광시설이 중산간에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의 청사진도 빛바래고 있다.

중산간지역의 골프장 난립으로 이용객이 감소, 경영난을 겪는 가운데 지난 5일에는 도내 1호 골프장인 제주컨트리클럽이 최종 부도처리됐다. 영업중인 나머지 28곳의 골프장도 이용객 감소에 따른 경영난이 심화,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물론 제주도정이 인·허가 과정에서 밝혔던 지방세수 증대는 업체들의 세금체납으로 퇴색되고, 고용·소득 증대 기대 역시 부도·경영난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으로 감소라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최근에는 중산간 난개발이 산로도로 북쪽의 한라산을 향하고 있어 더 큰 위기가 우려된다. 중산간 산록도로가 경제성장 제일주의를 앞세우면서 환경을 훼손하는 '개발의 저지선'으로 도민들에게 인식되고 있지만 대규모 관광개발사업을 막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근민 제주도정의 무분별한 개발 인·허가로 애월읍 상가리 일대 상가관광지가 산록도로를 넘어 한라산 허리까지 접근했다. 또 한림읍 금악리 일대 아덴힐리조트개발사업, 애월 봉성리 일대 차이나비욘드 힐 관광단지 조성사업, 남원읍 위미리 일대 백통신원 제주리조트 개발사업 등 토목 중심의 대규모 콘도·호텔건립이 추진되면서 중산간 환경·경관 파괴 가속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관광개발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가 없다. 오히려 고유한 문화·자원을 담아내지 못한 채 유사한 관광지를 양산하는 등의 잘못된 관광개발방식은 환경 및 경관훼손, 공동체 파괴 등 사회적 비용만 증가시킨다. 오늘의 잘못된 결정은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에 제주가 보유한 환경자원을 다음세대까지 유지하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우근민 도정의 선보전 후개발의 합리적 정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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