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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담론]리더의 조건김호민 영국왕립건축사·폴리머건축사사무소 대표·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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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25 (일) 19:33:38 | 승인 2013-08-25 (일) 19:33:38 | 최종수정 2013-08-25 (일) 19:34:06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일 년여 남았다. 제주의 변화 속도를 고려할 때 이번 선거가 얼마나 중요하리라는 것이 쉽게 예상된다. 지난 경험을 되살려 보건데 이번에도 향후 5년간 제주가 나아갈 방향과 속도가 크게 바뀔 수도 있다는 점에서 유권자인 우리는 혜안을 총동원해 최대한 올바른 분들이 당선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활동하는 분들의 치적뿐만 아니라 새로 출마하는 분들의 능력 또한 눈여겨봐야 한다.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판단하면 좋을까. 항시 내걸린 공약들은 화려하지만 실현가능성은 알기 힘들다. 믿어달라고 하지만 매번 속았던 경험이 있는 터라 쉬이 마음을 열기도 쉽지 않다. 우선 되고 보다는 식이 만연한 분위기부터 바뀌었으면 좋겠다. 상식적으로 될 만한 공약만 걸어주면 안될까. 낯부끄러워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 상대편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은 정말이지 유치하다.

한편 우리는 공약들을 선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에 맞춰 정치인들도 성숙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그래야 누가 당선되더라도 현실에 맞는, 경제 상황에 덜 영향 받는 행정을 할 수 있을 게 아닌가.

특히 이명박 대통령 이후 유행처럼 번진 도시와 건축, 환경에 대한 공약들은 더욱 조심히 들여다 봐야한다. 지난 몇 년간 전국에 널려있는 국제자유도시의 명칭을 단 도시 계획들 중에 뭐 하나 애초 계획대로 실현된 곳이 있긴 하던가. 다들 이유는 세계경제 상황이 안 좋아져서 그렇다고들 하는데 공익을 위한 국책 사업에 왜 투자나 투기가 필요했었는지도 도대체 이해하기 힘들다. 애초에 그런 일들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게 아닌가. 투기를 부추기자고 세금을 쓰려고 했다는 것인가. 랜드마크 몇 개 지어서 지역 띄우고 아파트 분양으로 돈 버는 식의 개발은 제발 지양하자. 또 공공기관이 국민을 상대로 아파트 짓고 분양해서 개발하는 방식은 정말이지 없어져야한다. 1970년대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경제 성장이 아주 급했던 시기에 어쩔 수 없이 도입한 방식이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그럼 제주를 돌아보자. 요즘 동네에 나무만 무성했던 곳들이 이리저리 파헤쳐지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뭔가 되고 있구나란 우쭐함보다도 이거 정말 괜찮은 걸까란 걱정이 많이 앞선다. 아마도 이 모든 개발들이 진정 제주를 위한 큰 그림 속에 만들어지고 있는지 과연 그런 그림이 있기는 한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이를 위해 고전분투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죄송스럽지만 잘 모르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향후 100년 후에는 어떤 그림으로 완성될지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문화관광부 공공디자인 조성사업 평가위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전국의 여러 후보지들을 돌아본 적이 있었다. 작은 마을에서부터 대도시까지 상당히 다양했었는데 한 가지 공통점은 지자체장들의 환경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었다. 작게는 동네 벤치를 바꾸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도시를 새로 만드는 것에까지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다소 무리한 정책을 편다는 느낌이 들었다. 더욱이 직급이 올라갈수록 정치 스케일이 커지다보니 그에 합당한 사업들은 더 많은 세금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실패의 확률도 높아지는 것도 분명해 보였다.

예를 들어 동장이 좋은 의도로 마을 정자를 놓으셨다고 하자. 그런데 주민들의 쉼터로 만들어진 곳이 오히려 불량학생들이 들끓어 환경을 해친다면 아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치워야할 것이다. 하지만 시장이나 도지사가 하는 일들이 잘 안되면 그 뒤처리는 감당도 안 될 뿐더러 쉽게 치울 수도 없다. 최근의 예들을 봐도 뻔히 알면서도 당한 듯 한 느낌을 도무지 없애지 못한다. 무수한 걱정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던 거 같은데 비슷한 실수들이 반복되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가.

무엇보다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 더 이상 신도시나 아파트 분양의 환상을 버려야한다. 참 슬픈 얘기이지만 그런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하자. 그것을 버려야 정치인들이, 우리를 끌어줄 리더들이 더 이상 허황된 계획들에 함몰되지 않을 것이다. 돼지꿈도 좋지만 개꿈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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