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민철 사회부장

"2031년, 지구는 새로운 빙하기를 맞았다. '설국열차는 인류의 마지막 생존구역이다. 이곳의 칸은 계급으로 나눠져 있다"(설국열차)

"2154년, 인류는 특권층과 빈민층으로 양극화되어 있다. 특권층은 질병과 가난이 없는 우주정거장 엘리시움에 살고 빈민층은 버려진 지구에 산다"(엘리시움)

"3072년, 낯선 행성에 도착했다. 이곳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천국이었는데 우리가 파괴했다고. 이곳은 지구다"(에프터 어스)

요즘 개봉이 임박하거나 개봉한 영화들의 주요 줄거리들이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인류는 파멸하고 지구는 종말을 맞는다는 스토리다. 그러다보니 이들 영화들은 지구 종말 또는 그 이후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물론 영화 속 지구 종말의 책임은 다름아닌 지구에 사는 사람들이다.

할리우드로 상징되는 미국 영화업계에선 5~8월을 최대 여름 성수기로 꼽는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이란 계절적 요인까지 더해져 보통 이 시기에는 공포물이나 SF(공상과학)영화가 많이 개봉한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많은 영화들이 지구멸망이란 소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줄거리도 인간의 탐욕과 전쟁으로 지구의 미래가 지옥이며 폐허로 변해 있다는 내용이다. 또 특권층과 빈민층으로 나눠진 인류와 가진 자와 없는 자가 탈 수 있는 열차 칸이 다르다는 이야기는 빈부격차의 비극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구종말을 예고하는 영화가 속속 개봉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관객들의 마음을 잘 읽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인 불황, 예고없는 기후변화 및 환경의 재난, 지구촌에 만연한 무차별 테러 등에 노출되고 있는 사람들의 공포와 불안 심리를 자연스레 지구종말이란 주제의 영화로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빈부격차의 비극도 이들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좋은 양념이 되고 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말 그대로 픽션 스토리다. 하지만 분명 이들 영화를 그냥 영화로만 생각할 일은 아닌 듯 싶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전 세계가 노력해야 하며, 경제의 양극화와 보이지 않는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을 없애지 않는 한 이들 영화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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