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 이념공세로 진상 보고서·추념일 '찬물'
박 의장 등 대의기관 입장없어 도민사회 실망

최근들어 보수단체가 제주4·3역사를 '가해자-피해자' '좌-우' 등 이념의 잣대로 폄훼·왜곡, 도민사회가 상처를 받고 있지만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침묵으로 일관, 비난을 사고 있다.
 
보수단체가 4·3진상조사보고서 및 희생자 선정, 국가추념일 지정 추진 등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면서 도민화합·국민통합에 찬물을 끼얹고 있지만 도의회의 이렇다할 입장은 전무, 도민의 대의기관 위상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
 
자유논객연합 등 8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제주4·3사건진상규명모임'은 지난 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실에서 '제주4·3사건 추념일 지정 세미나'를 열고 정부가 인정한 '4·3진상조사보고서' 수정 및 박근혜 정부가 대선 공약 일환으로 추진중인 4·3국가추념일 지정, 4·3희생자 선정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보수단체는 국회·정부가 추진중인 4·3국가추념일 지정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면서 '딴지'를 걸고 있다.
 
이와함께 보수성향 학자들이 집필자로 참여한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도 제주4·3 과정에서 발생한 양민 희생사실을 축소·서술했지만 국사편찬위원회의 최종 검정심의를 통과, 학교까지 이념공세에 휘말릴 우려를 낳고 있다.
 
이처럼 보수단체가 4·3역사를 부정하면서 4·3희생자유족회와 경찰출신 모임인 제주도경우회가 '모두가 피해자'라는 공통분모 아래 화해한 통합 행보도 위기를 맞고 있지만 도의회의 대응력은 빈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제주출신 국회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등 야당 소속 의원들이 "학교 현장 혼란 야기 및 제주 도민사회 분열·갈등 조장"을 이유로 교학사 국사 교과서의 검증 합격을 취소하라고 촉구하는 것과 달리 도의회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박희수 의장 역시 지난 4일 제309회 임시회 개회사를 통해 행정체제개편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보수단체의 4·3역사 폄훼·왜곡 행위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아 유족 등 도민사회의 실망감을 낳고 있다.
 
도민사회 일각에서는 "여·야 소속 도의원들이 모인 도의회가 보수단체의 4·3역사 폄훼·왜곡에 대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이를 중앙당에 전달하는 등 대의기관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승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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